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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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년간 자동차 산업의 성공 방정식은 더 많이 만들어 더 싸게 파는 ‘규모의 경제’였다. 지금은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수요 회복은 더디고 그마저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로 쪼개졌으며, 관세와 고유가에 중국차의 공세까지 더해졌다. 길어야 10년이면 새로운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다. 앞으로의 생존 조건은 다섯 가지로 요약되는데 각 변화의 길목마다 주목할 만한 부품사들이 있다.
첫째는 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자동차(SDV)이다. 무선 업데이트로 성능이 진화하고 판매 이후에도 구독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개발사 전용 플랫폼 ‘플레오스(Pleos)’를 앞세워 SDV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부품사 중에서는 사이버 보안을 제공하는 기업이 유리할 것이다. 자동차가 세상과 연결되면 해킹 위협도 함께 커지는데, 유럽을 시작으로 보안 없이는 차를 팔 수 없도록 법제화가 진행되는 이유다. 이는 차량용 사이버 보안 솔루션 기업 아우토크립트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보안이 적용된 차가 한 대 팔릴 때마다 로열티를 받는 사업 구조가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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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파워트레인 다변화다. 고유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전기차 구매가 다시 늘어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관심 있게 볼 만한 기업은 SNT모티브이다.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전기차용 구동 모터 공급이 재개될 예정이고, 로봇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의 핵심 부품이 모터라는 점에서 로봇용 공급 가능성도 긍정적이다.
넷째는 로봇 등 새 성장 동력 확보다.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술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기에, 완성차들은 일제히 로봇을 다음 먹거리로 택하고 있다. 로봇용 부품을 추가할 수 있는 부품사가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훨씬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섯째는 ‘스마트팩토리’다. 중국과의 원가 격차를 좁히려면 소프트웨어로 공장을 제어하는 제조 혁신이 필수다. 현대차그룹 100여 개 공장의 정보기술(IT) 시스템을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유일한 계열사가 현대오토에버다. 스마트팩토리는 일반 공장보다 IT 구축 수주 규모가 3배 이상 크고, 구축 이후 운영·유지보수의 반복 매출로 이어진다. 또 그룹의 로봇 시스템 구축 및 관제 기업으로 낙점받으면서 장기 성장성을 확보했다.
볼륨에 기대던 시대는 끝났다. 자동차 기업의 가치는 이제 ‘몇 대를 팔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변화에 올라탔느냐’로 매겨진다. 부품사를 고르는 투자자의 기준도 달라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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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