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저당 식단, 뉴노멀 되다 ‘헬시플레저’ 타고 “일상식 자체를 저당으로”
저당 식품이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음료와 과자를 넘어 소스, 훈제치킨, 삼각김밥 등 식생활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건강하지만 맛있게 즐기고 싶다’(헬시플레저)란 소비 트렌드에 전 세계 ‘저당’ ‘제로’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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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 식품, 제로 칼로리 트렌드가 식생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과거 탄산음료나 과자 등에 국한됐던 저당 트렌드가 이제는 대형마트 축산 코너의 제로 슈거 불고기, 편의점의 저당 삼각김밥에도 불어닥쳤다. 평소 먹는 밥과 반찬에서도 당류를 줄인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강 관리를 일상화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대체감미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맛과 식감이 일반 제품 수준으로 개선된 결과다.
● 밥상도 저당… 중소 전문 브랜드도 봇물
닥터유 에너지바 저당. 닥터유 제공
칠성사이다 제로. 롯데칠성음료 제공
백설 저당 드레싱 3종. 백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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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 제품이 식탁 전반으로 확산하자 중소 전문 브랜드와 신생 유통 채널도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2017년 설립된 저당 디저트 브랜드 ‘라라스윗’은 저당 아이스크림과 요거트, 팝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라라스윗의 연간 매출은 출시 7년 만인 2024년 600억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도 성장세를 유지하며 634억 원까지 매출이 확대됐다.
소매 유통 단계에서도 중소 전문 매장이 등장했다. 지난해 초 설립된 제로 전문 무인 편의점 ‘제로스토어’가 대표적이다. 현재 80여 개 제로 전문 유통사와 공급 계약을 맺고 관련 제품을 판매 중이다. 가맹점 수는 설립 1년 만인 올해 3월 180개를 넘어섰다.
참프레 제로 슈가 훈제오리 슬라이스. 참프레 제공
설레임 요거트 저당. 롯데제공
여기에 설탕을 대체하는 저당 제조 기술의 발전도 시장 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대체감미료 시장 초기는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춰 아스파탐과 수크랄로스 등 합성 감미료가 주로 사용됐다. 이후 시장이 성장하면서 단맛뿐 아니라 감미질까지 설탕과 유사한 소재 개발이 활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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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룰로스 시장 확대에 맞춰 관련 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삼양사는 2012년 자체 효소 기술을 바탕으로 알룰로스 연구개발에 착수해 2016년 액상 알룰로스를 개발했다. 2020년 양산을 시작한 뒤 이듬해에는 대체당 브랜드 ‘넥스위트’를 선보였다. 2024년에는 울산에 알룰로스를 생산하는 스페셜티 공장을 준공해 연간 생산량을 1.3만 t 규모로 끌어올렸다. 저당 식품 시장 성장에 힘입어 삼양사의 올해 상반기(1∼6월) 알룰로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시장은 대체감미료의 발암 가능성으로 혼란을 겪기도 했다. 아스파탐이 대표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체중 조절이나 질병 예방 목적으로 아스타팜 등 고감미료를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계속 섭취할 경우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것. 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2B군)’로 분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체감미료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부각됐다는 반론도 제기된 상황이다. 그해 국제식량농업기구·세계보건기구 합동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JECFA)는 한국의 아스파탐 1일 섭취 허용량이 안전한 수준이라고 재확인했다. 식약처도 같은 해 7월 체중 35kg 아동이 일일 섭취 허용량을 넘으려면 250mL 제로콜라를 하루 33캔 이상 마셔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논란이 컸던 합성 감미료를 대체하고 있는 알룰로스 등 천연 유래 감미료 등에 대해서는 과다 섭취에 따른 소화기 이상 정도가 부작용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알룰로스를 체중 60kg 성인 기준 1회 최대 24g, 하루 최대 54g까지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성분으로 평가해 ‘일반적으로 안전한 성분’으로 분류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해외에서도 저당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저당·제로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304억610만 달러(약 43조4050억 원)에서 562억2360만 달러(약 80조2230억 원)로 84.9% 증가했고, 2030년에는 652억9430만 달러(약 93조1652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도 전 세계 저당 식품 및 음료 시장 규모가 2021년 461억8000만 달러(약 65조8527억 원)에서 2030년 997억9000만 달러(약 142조3005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당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국내 식품 기업들의 수출도 확대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2023년 7월 무설탕 디저트 브랜드 제로의 수출을 시작한 후 지난해 기준 20여 개국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이에 2025년 제로 브랜드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5% 증가했다. 지난해 9월에는 카자흐스탄에 제로 브랜드를 출시한 뒤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오리온은 제과류를 중심으로 저당 제품을 해외에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에서는 정부의 건강 관리 정책에 맞춰 당 함량을 낮춘 저당 초코파이를 출시하고 전국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베트남에서도 지난해 11월 설탕 함량을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인 초코파이와 카스타드를 내놨다.
● 식이섬유 늘리는 ‘파이버맥싱’도 뜬다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 저당 통보리. 마켓오네이처 제공
식이섬유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이미 해외 유통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매체 CNN에 따르면 유기농 식료품 체인 홀푸드는 올해 “포장에 식이섬유 함량을 강조하는 문구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원제 온라인 슈퍼마켓인 스라이브 마켓도 최근 1년간 식이섬유 관련 검색량이 약 30% 증가했으며, 소비자들이 스낵과 에너지바, 건강보조식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밝혔다.
글로벌 식품 기업들도 관련 제품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식품 기업인 펩시코는 섬유질 함량을 높인 제품들로 탄산음료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프리바이오틱 탄산음료 브랜드 ‘포피’를 인수하며 장 건강을 강조한 ‘펩시 프리바이오틱 콜라’를 출시하기도 했다. 라몬 라과르타 펩시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들은 섬유질이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소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식이섬유가 차세대 단백질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식품업계도 이런 트렌드에 주목해 음료와 간식은 물론 베이커리까지 다양한 제품군으로 파이버맥싱 관련 제품을 출시하는 분위기다. 풀무원헬스케어는 최근 한 병당 식이섬유가 50g 담긴 과채에 배변 활동에 도움을 주는 원료 등을 더한 ‘리셋클렌즈 48시간’ 3종을 선보였다. 동원F&B 역시 한 병에 사과 3개 분량에 달하는 식이섬유 9g을 담고 당류 함량을 낮춘 발효유 ‘덴마크 드링킹 요구르트 액티브’ 2종을 출시했다. 켈로그도 최근 한 그릇 기준 당류 1.5g 수준에 바나나 약 1.8개 분량의 식이섬유를 담은 ‘저당 그래놀라’를 출시했다. 강선영 켈로그 마케팅팀 과장은 “국내 식품업계도 이제 저당 제품은 당류를 얼마나 줄였느냐를 넘어 식이섬유와 같은 영양적 기능을 어떻게 설계했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