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연 1.7% 이율 “안 받으면 손해” 주식투자 나선 대학생 ‘시드 머니’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 증시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94.61포인트(2.42%) 오른 8242.12로 출발했다. 2026.5.27 뉴스1
‘코스피 8000 시대’가 열리면서 2030 젊은층 사이에서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 주식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청년층의 자산 불안 속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과 함께 과도한 ‘빚투’(빚내서 투자)를 막기 위한 금융·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학자금 대출로 주식 투자
대학원생 오모 씨(24)는 지난해 2학기부터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내고, 원래 등록금으로 쓰려던 돈을 국내 주식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기반으로 시작한 투자 규모는 1년 사이 3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늘었다. 오 씨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학자금 대출은 무조건 받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새로운 방식의 재테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 금리는 2021년부터 6년 연속 연 1.7%를 유지하고 있다. 4월 기준 주요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연 4.5%대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청년들 사이에서는 “대출 안 받으면 손해”라는 인식까지 퍼지고 있다. 황 씨는 “일반 대출보다 이렇게 낮은데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다”며 “주변 친구들도 투자 목적으로 생활비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광고 로드중
대학 투자 동아리에도 주식 투자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전국주식투자연합동아리 ‘더헌터스’ 회장 계성현 씨(20)는 “평소 한 달 가입 인원이 5∼10명 수준이었는데 최근 2, 3개월 사이 50∼100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금융투자학회 회장 구교현 씨(24)는 “3월 지원자가 지난 학기보다 60% 정도 증가했다”며 “예전에는 금융권 취업 희망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주식 투자에 관심이 생겨 들어오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 5년 새 2030 투자자 47.1% 증가
실제로 주식 투자에 참여하는 젊은층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0대 이하 국내 상장사 주식 보유 개인 투자자는 2020년 315만7283명에서 지난해 464만2967명으로 47.1% 늘었다.
집값과 교육비, 생활비 부담이 계속 커지는 가운데 사회 초년생들이 자산을 빠르게 불리는 수단으로 주식 시장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학생 이희원 씨(26)는 “월급만으로는 자산 격차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느껴 투자에 관심이 없던 20대들까지 모두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리서치 테크 기업 오픈서베이가 2월 진행한 조사에서도 ‘향후 10년 내 자산 규모를 결정지을 투자처’로 금융상품을 꼽은 20대 비율은 79.1%로 부동산(20.9%)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금융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부동산 시장 진입 장벽도 높아 전통적인 방식의 자산 형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층이 과도한 위험 투자에 내몰리지 않도록 안정적인 일자리와 자산 형성 기회를 확대하고, 학자금 대출이 본래 목적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도 함께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광고 로드중
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