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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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시설 개선과 마케팅 지원에 상당한 재정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지원은 사업이 종료되는 순간 효과도 함께 사라진다. 이른바 지원의 역설이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지원을 해도 상권은 지속되지 않는가?
현장에서 얻은 결론은 분명하다. 상권 쇠락 문제는 개별 상인들의 경쟁력 부족이 아니라 상권을 운영하는 구조 자체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상권을 소비가 일어나는 경제 공간으로 흔히 알고 있지만 실제 상권은 그보다 훨씬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퇴근길에 들르던 세탁소가 있어 골목에 발걸음이 이어지고, 약국 하나가 있어 노인들의 외출 동선이 만들어지며, 분식집 앞 골목이 아이들의 귀갓길이 된다. 상권은 단순히 거래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하루를 살아가는 생활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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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기능은 수치로는 포착되기 어렵다. 그래서 쉽게 간과된다. 상권이 무너질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잃는 것은 매출이 아니라 일상이다. 가까운 약국이 사라지면 약을 사러 가는 거리는 길어지고, 골목의 불빛이 줄어들면 저녁 시간의 안전감도 약해진다. 빈 가게가 늘어날수록 지역은 단순히 조용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이 유지되기 어려운 공간으로 변해간다.
빈 점포는 바로 이러한 기능이 붕괴됐다는 신호다. 하나의 점포가 비면 동선이 끊기고, 체류 시간이 줄어들며, 이는 인근 점포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사람들의 방문 이유 자체가 약해지면서 상권의 생활 기반과 공동체 기능까지 흔들린다. 공실은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니라 상권이 사회적·생태적 기능을 동시에 잃어가고 있다는 구조적 경고다.
따라서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 빈 점포를 단순히 채워야 할 공간으로 볼 것이 아니라 상권의 기능을 회복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본처럼 공실을 기획형 입점으로 전환하거나 프랑스처럼 업종과 입지를 관리하는 방식이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들어오느냐가 아니라 어떤 기능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다.
이를 위해서는 상권 단위의 공실 관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공실 정보를 데이터로 관리하고 상권의 흐름과 기능을 고려해 업종을 전략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운영 주체가 필요하다. 개별 점포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상권 전체의 구조와 기능을 설계하고 유지하는 상권 매니지먼트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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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기획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