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말하는 초인(위버멘쉬)
니체는 초인(übermensch·위버멘쉬)에 이르는 과정을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세 단계로 비유한다. 낙타(첫번째 사진)는 타인의 명령을 묵묵히 따르는 순종을, 사자(두번째 사진)는 기존 가치와 권위에 맞서는 저항을 상징한다. 마지막 단계인 어린아이는 자신을 긍정하며 삶을 자유롭게 창조하는 정신을 뜻한다. 가수 지드래곤의 앨범명 ‘übermensch’(세번째 사진)도 이러한 니체의 철학에서 따왔다. 동아일보DB·사진 출처 위키피디아·갤럭시코퍼레이션
《현대 철학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프리드리히 니체일 것이다. 독일에서 니체의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필자는 많은 사람이 니체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에 놀라곤 한다. 무엇보다 ‘운명을 사랑하라(amor fati·아모르 파티)’라는 니체의 강렬한 문장에서 삶을 사랑할 용기를 얻는 듯하다. 니체의 저서는 반드시 출간된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고, 아무 쪽이나 펼쳐도 가슴을 울리는 명언 하나는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래서인지 국내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니체의 번역서와 잠언집이 늘 빠지지 않는다.》
강용수 고려대 철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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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단계는 권위에 복종하는 낙타의 정신(Yes)이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싣고 묵묵히 사막을 건너는 동물이다. 등에 실린 짐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나 불평이 없다. 오히려 타인의 명령에 더 복종하려고 무릎을 꿇는다. 니체는 이러한 낙타의 특성을 사회적 구속이나 규범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타율적 정신에 비유했다. “너는 마땅히 해야 한다”는 타인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상태, 곧 노예정신을 말한다.
두 번째 단계는 바깥의 권위를 부정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려는 사자의 정신(No)이다. 낙타에서 변화한 사자는 자신에게 명령을 내리는 용에 맞서 싸우려고 한다. 용이 “너는 마땅히 해야만 한다”라고 할 때, 사자는 “나는 하고자 한다”라고 답하며 주체적인 삶을 선언한다. 선악 같은 가치가 이미 만들어졌다면 새로운 가치는 탄생할 수 없다.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선언처럼 사자는 기존의 가치와 권위를 철저히 부수려는 부정의 정신이다. 그러나 파괴만 할 뿐 창조할 줄 모르는 사자에 만족해선 안 된다.
세 번째 단계는 어린아이의 정신이다. 어린아이는 망각, 순진무구, 자발성, 새로운 시작, 성스러운 긍정을 뜻한다. 초인은 앞선 두 단계를 거쳐 ‘본래의 자신에 이르는 것’인데, 더 나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린아이의 근원으로 되돌아감을 뜻한다.
그러나 우리 교육 현실을 보면 니체의 초인을 길러내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암기가 평가의 핵심인 상황에서 어린아이처럼 쉽게 망각한다면 학습 부진아가 될 수 있다. 양심의 가책 없는 순진무구함 역시 교육 현장에서는 훈육을 통해 길들여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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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모두가 낙타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아이돌 그룹 아이브(IVE)의 장원영은 걸그룹 활동을 시작하며 중학교를 중퇴하고 홈스쿨링을 했다. 평균성을 강조하는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니체가 강조한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뛰놀며 무대 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었다. 어린아이로 표상되는 자율성은 ‘스스로 구르는 바퀴’처럼 삶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임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된다. 장원영이 유행시킨 신조어 ‘럭키비키’처럼 자신의 삶을 무한 긍정하는 태도도 어린아이의 ‘성스러운 긍정’(Yes)과 닮았다.
초인을 이해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춤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인간이 언젠가 “춤추는 별을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은 자신 안에 카오스(혼돈)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 안의 혼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별의 궤도를 따라가되 가끔 벗어날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 인생은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진열된 니체 관련 서적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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