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패딩을 어디에 둘지, 캠핑 시즌이 끝난 후 텐트를 보관할 생각에 막막해진다. 요즘 1인 가구는 1년 내내 짐과의 전쟁을 치른다. 삶은 점점 풍요로워지는데 집은 그만큼 넓어지지 않는다.
미니창고 다락은 AIoT가 온·습도를 관리한다 / 출처=세컨신드롬
이 고민을 해결하는 새로운 공간 경제가 조용히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문을 열고, 인공지능(AI)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인프라를 결합한 AIoT가 온·습도를 관리하는 도심 속 창고다.
부담스러운 이사 대신 가까운 창고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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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등 대도시의 1인 가구 비중은 약 40%에 육박한다. 이들의 평균 주거면적은 44.4㎡(약 13.4평)에 불과하다. 전체 가구 평균(68.3㎡)의 65% 수준이다. 한국 전체 인구의 92%가 도시에 몰려 사는 초고밀도 사회에서 1인 가구의 공간 부족은 구조적이다.
OECD가 2025년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은 도시 규모에 따른 집값 격차가 OECD 국가 중 가장 심한 나라로 꼽혔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집값이 소도시보다 3배 이상 높다. 같은 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택시장 양극화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도 같은 맥락이다. 2014년 이후 서울과 전국 평균 집값의 상승률 격차(69.4%p)가 주요국 중 세계 1위라고 분석했다. 비싼 집값에 상승률까지 가파르니, 도심에서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내 셀프스토리지 시장 1위에 올라선 미니창고 다락 / 출처=IT동아
그 해답으로 떠오른 것이 셀프스토리지, 도심형 개인 창고 서비스다. 스타트업 세컨신드롬이 운영하는 미니창고 다락은 그 수요를 읽고, 국내 셀프스토리지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셀프스토리지는 단순 창고나 창업 아이템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부동산, 인플레이션 등을 비롯한 경제 흐름 변화를 비롯해 라이프스타일 확대 등 여러 사회 구조가 바뀌면서 생긴 새로운 트렌드다.
미니창고 다락의 이용자 사례도 다양하다. 한 이용자는 “인테리어 샘플이 작업실에 쌓이다 보면 숨이 막힌다. 미니창고 다락에 옮긴 후 작업 공간이 쾌적해졌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계절 옷을 침대 옆에 쌓아뒀다. 이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스럽게 미니창고 다락에 보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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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개발 기술로 차별화, 보안·안전 중요시
미니창고 다락 합정역점 / 출처=세컨신드롬
평일 오후 서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에서 도보 3분 거리. 카페와 편의점, 그리고 주택이 늘어선 골목 안쪽 건물에 들어서면 안내 직원 하나 보이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에 내려가면 이내 크기가 다른 파랗고 하얀 문들이 잘 정돈된 공간이 펼쳐진다. 문마다 번호가 적혀 있고, 천장 곳곳에는 CCTV가 돌아간다. 지하인 데다가 낮은 기계음 하나 들리지 않지만, 쾌적하게 느껴진다. 바로 미니창고 다락 합정역점이다.
AIoT 센서로 온·습도를 측정하고 에어컨·제습기를 24시간 자동 제어한다 / 출처=세컨신드롬
합정역점을 방문해보니 상주 직원이 없었다. 창고 계약부터 출입까지 모두 앱 하나로 처리 가능했다. 민원 대응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미니창고 다락의 관리가 소홀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는 AIoT 센서를 부착했을 뿐만 아니라 에어컨과 제습기를 24시간 자동으로 제어하기 때문이다. 세컨신드롬에 따르면 캠핑 장비, 취미 용품 등 환경에 민감한 물건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이유다.
앱에서 발급해주는 디지털 키로만 방문할 수 있다 / 출처=IT동아
가장 큰 기술적 특징은 완전 무인 자동화 운영이다. 앱에서 지점과 창고 크기를 선택하고 결제를 완료하면 디지털 키가 발급된다. 별도의 비밀번호를 외우거나 실물 키를 소지할 필요 없다. 이후 방문할 때마다 앱으로 문을 열고 닫는다. 새벽에 방문해도 즉시 이용 가능하며, 직원이 상주할 필요도 없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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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AI 감지 시스템과 현장 CCTV를 기반으로 운영한다 / 출처=IT동아
개인 물품을 보관하는 만큼 보안과 안전도 중요하다. 미니창고 다락은 자체 AI 감지 시스템과 현장 CCTV를 기반으로 운영한다. 침입이나 강도, 화재 등 감지 센서가 이상 징후를 자동 포착하는 설계다. 게다가 유닛 소재도 차별화를 꾀한다. 국내 일부 셀프스토리지 업체가 사용하는 샌드위치 패널은 화재 위험이 높고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니창고 다락은 부식 방지 프리미엄 소재를 고집한다. 5년간 테스트를 거쳐 침수·누수 피해를 최소화한 구조다.
미니창고 다락 운영사 세컨신드롬은 이 시스템을 외부 솔루션 없이 자체 개발했다. AI와 IoT 기반 무인 자동화 관련 특허만 5건을 보유 중이다. 그 결과 직원 30여 명으로 2026년 5월 기준 전국 220개 지점, 유닛(개별 보관 칸) 1만 7435개를 관리하는 구조가 가능해졌다.
세컨신드롬의 자체 기술은 사용자 편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미니창고 다락은 단순히 짐을 보관하는 창고를 넘어 기술이 결합된 지능형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스페이스 인텔리전스(Space Intelligence)다. 오프라인에 설치된 디바이스와 센서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이 데이터는 온·습도 제어부터 보안 대응, 매출 최적화까지 공간 운영 전반에 쓰인다.
크기따라 활용 방식 달라져···진입 장벽 지적도
창고 크기는 슬림, 큐브, 스몰, 미디엄, 라지까지 5단계로 나뉜다. 슬림(1.0×0.5×2.0m)은 신발박스 48개 정도 넣을 수 있는 크기로 계절 의류나 신발 정도를 보관하기에 적합하다. 큐브(1.0×1.0×1.0m)는 슬림과 수납량이 비슷하지만 높이가 낮아 자주 꺼낼 필요 없는 물건을 넣어두기 좋다.
창고 크기는 슬림부터 라지까지 5단계로 나뉜다 / 출처=IT동아
스몰(1.0×1.0×2.0m)은 의류 100~150벌을 수납할 수 있는 크기다. 미디엄(2.0×1.0×2.0m)은 원룸 이삿짐 일부를 덜어두기에 적합하고, 라지(3.0×1.0×2.0m)의 경우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가전이나 자전거, 캠핑 의자·테이블 세트까지 들어가는 크기다.
전체 사이즈 평균 기준 월 8~12만 원 선이며, 지점과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편의성과 기술력을 갖춘 만큼 가격대는 일반 창고 대비 높은 편이다. 또 앱 없이는 출입 자체가 불가해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실제 미니창고 다락의 이용 계층은 3040세대가 주를 이룬다. 이들은 스스로를 공간 효율 중시자(33%), 취미 부자(29%), 합리적 소비자(20%)라고 지칭한다는 것이 세컨신드롬의 설명이다.
단순한 창고 넘어 라이프스타일 바꾼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한국 셀프스토리지 시장은 2029년까지 연평균 7.5%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한 세컨신드롬은 2016년 1호점을 시작으로 2022년 50호점, 2024년 100호점, 2025년 200호점을 거쳐 올해 300호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점은 서울 120개를 포함해 전국에 분포한다. 1인 가구 증가와 주거 비용 상승으로 보관 공간 수요가 커진 데다가 공실 상가를 창고로 전환하는 모델이 건물주와 창업자 모두에게 새로운 수익 구조로 자리 잡으면서 확장에 가속이 붙었다.
세컨신드롬은 2026년 5월 기준 전국 220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 출처=IT동아
성장의 방향은 이제 B2C를 넘어 B2B와 제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GS건설과는 자이(Xi) 아파트 내 프리미엄 스토리지 도입 MOU를 맺었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는 LH 스토리지를 공동 운영 중이다. 또 서울도시주택공사(SH)와도 지역주민의 편의를 도울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캡스톤자산운용·신한자산운용과의 MOU는 셀프스토리지를 부동산 펀드 자산으로 편입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세컨신드롬에 따르면 셀프스토리지를 독립 건축 용도로 인정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도 직접 주도한 결과다.
박영진 세컨신드롬 매니저는 “셀프스토리지는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인프라이자 하나의 트렌드다. 그 중에서도 미니창고 다락은 단순한 창고가 아니라 스페이스 인텔리전스 기반의 서비스로, 공간이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운영을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점 단위를 넘어 건물 단위 매장 등으로 확장해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정부 등과의 협업도 강화해 지역사회의 편의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니창고 다락이 파는 것은 단순히 보관 공간이 아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문을 열고 짐을 내려놓는 그 순간, 이용자들이 얻는 것은 수납 공간이 아니라 삶의 여유다. 좁아지는 집, 늘어나는 짐, 그리고 오르는 집값. 셀프스토리지는 이 세 가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점차 몸집을 키우고 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