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원에 휘둘리는 사회] 현장선 “지침상 일일이 읽고 걸러야” ‘매크로 반복 민원’ 방지법 국회 계류
최근 서울시는 ‘도심 복합개발 지원 조례 시행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가 3800건이 넘는 ‘민원 폭탄’을 맞았다. 재개발·복합개발 사업의 대상을 정하는 ‘도로 접도 요건’을 두고 이해관계가 걸린 주민과 사업 관계자의 찬반 의견이 대거 몰린 것이다.
문제는 의견 접수 마감 직전에 “새 기준이 법이 허용한 개발사업 추진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이 거의 똑같은 내용과 형태로 대거 등록된 점이다. 담당 주무관은 “AI나 매크로 프로그램을 악용한 것으로 의심되지만 의견 처리 지침상 일일이 읽고 수작업으로 분류해야 해 이 업무에만 매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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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이런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이기행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짧은 시간 안에 특정 문구·형식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민원이 대량 접수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현행 시스템상 AI·매크로 사용 여부를 기술적으로 판별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서울시의 한 민원 부서 주무관은 “요즘은 버스 노선이나 주택 정책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을 두고 입법예고를 올리면 그 기간엔 한나절을 오롯이 민원 처리에만 투입해야 한다”며 “다른 민원 처리가 늦어지거나 주말도 반납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2024년 10월 매크로 등을 악용한 반복 민원이 감지되면 전자 민원 창구의 이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민원처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이 통과돼도 입법예고 게시판처럼 사실상 민원 성격을 띠는 온라인 의견 수렴 창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제도적 사각지대가 여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부위원장은 “악성 민원의 제기를 돕는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여전히 구식”이라며 “계류 중인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적용 대상도 온라인 의견 수렴 창구 등 전반으로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