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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여순사건 피해자 유족에 국가 배상”

입력 | 2026-05-18 04:30:00

민간인 34명 ‘좌익 의심’ 총살-실종
재판부 “사회적 낙인에 장기간 노출”
유족 236명 손배소 일부 승소 판결



ⓒ 뉴스1


법원이 6·25전쟁 발발 직후 전국에서 군경에게 살해당한 민간인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권기만)는 최근 여수·순천 10·19 사건(여순사건) 등 국가 폭력으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 유족 23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희생자 본인에게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배우자에겐 5000만 원이, 부모와 자녀에겐 1000만 원, 형제자매에게는 500만 원이 각각 위자료로 책정됐다.

원고는 여순사건과 청주·대구형무소 재소자 희생 사건 등으로 희생된 민간인 34명의 유족이다. 희생자는 당시 좌익 활동 연루나 반군 협력자, 요시찰인 등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총살당하거나 실종됐다. 재판부는 “군경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간인을 살해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와 생명권을 침해한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라며 “희생자뿐 아니라 유족들 역시 가족을 잃은 박탈감과 가족 해체, 경제적 빈곤과 그 대물림 속에서 막대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25전쟁 전후 이념 대립과 분단 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유족은 사회적 낙인과 차별에도 장기간 노출됐다”며 “그 과정에서 더 큰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에 의해 조직적으로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가 자행된 경우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위자료 산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했다.

앞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는 2023년 3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사건 피해자에 대한 진실 규명을 결정했다. 희생자가 불법적인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됐다는 취지에서다. 이후 원고들은 지난해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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