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무장애 연극 첫 코미디 ‘당신 좋을 대로’ 사회적 약자 관람 장벽 줄인 공연… 진지한 주제-무거운 정극서 탈피 셰익스피어 희극 유쾌한 연출로… “모든 인간은 비극과 희극 다 가져” 장애-비장애 7명 “놀이하듯 연기”
시각장애인인 배우 이성수는 국립극장 연극 ‘당신 좋을 대로’에 합류한 뒤 작심하고 제작진에 이렇게 말했다.
“저, 소외시키지 말아 주세요!”
2015년 데뷔한 이 배우는 그간 여러 편의 무장애 공연 작품에 출연했지만, 시각장애는 특히 소통에 어려움이 많아 배제된다는 느낌을 받는 일이 많았다. 때문에 이번엔 ‘처음부터 작정하고 이런 일을 없애자’는 심정으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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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기획 무장애 공연 ‘당신 좋을 대로’의 배우들이 1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일부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이 작품에는 배우 7명과 수어 통역사 4명이 함께 무대에 올라 대사를 수어로 연기한다. 국립극장 제공
“유쾌한 작품”이란 이 배우의 말처럼 ‘당신 좋을 대로’는 국립극장 기획 ‘무장애 공연(Barrier-free)’ 최초의 코미디 작품이다. 무장애 공연이란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의 관람을 방해하는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줄인 공연을 일컫는다. 수 년 전부터 무장애 공연을 선보인 국립극장은 그간 장애인을 중심에 둔 진지한 주제나 공익적 담론의 정극을 선보여 왔다. ‘당신 좋을 대로’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 ‘좋으실 대로’(As You Like it)가 원작이다.
박지혜 연출은 “그동안 배리어 프리 공연에선 비극이 비교적 많았는데, 그런 작품은 연습실 분위기도 어둡고 무겁다”며 “모든 인간은 비극과 희극을 모두 갖고 있는데, 그간 무장애 공연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희극적인 면을 더 비춰 보고 싶었다”고 했다.
“희극은 이야기의 방향성이나 몸의 에너지가 다릅니다. 희극을 할 땐 어떻게 하면 상대가 웃을까 고민하고, 나의 어떤 점이 유쾌하고 재밌는지 찾아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훨씬 마음이 열리게 돼요. 동물적이고 즉흥적인 감각이 많이 나오기도 합니다.”
원작은 권력 다툼으로 추방된 공작의 딸 로잘린드가 남장한 채 아르덴 숲으로 도망친 뒤 다양한 인물과 만나고, 이들이 사랑에 빠지고 변화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국립극장 버전은 여기에 ‘유랑극단’이란 설정을 더했다. 원작에는 없는 해설사가 등장해 극을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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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역을 맡은 배우 하지성(왼쪽)과 수어 통역사. 국립극장 제공
“그간 작품을 만나면 그걸 해석하고 목표를 설정한 다음, 그 목표에 따라 몸을 움직이고 대사를 해왔던 것 같아요. 박 연출의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스타일을 보면서, 제게 부족한 부분이라는 걸 알았죠. 배우로서 욕심은 정말 끝이 없습니다. 없던 것을 배우려니 어렵지만, 새롭게 배운 것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28∼3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