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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품던 60대 교수, 스승의날 앞두고 3명에 새 생명

입력 | 2026-05-15 11:11:00

김미향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20년간 대학 강단을 지킨 60대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쓰러진 뒤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0일 삼성창원병원에서 김미향 마산대 스마트전기과 교수(63)가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15일 밝혔다.

최근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했던 김 씨는 지난 달 17일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뇌사에 빠졌다.

가족은 평소 나눔을 실천했던 고인의 삶을 떠올리며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김 씨의 외동딸인 박다빈 씨는 “엄마를 너무 살리고 싶었던 마음만큼 다른 환자들에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기증에 동의했다”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늘 베푸는 것을 좋아하셨던 엄마라면 하늘나라에서 좋아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김 씨는 경상남도에서 태어났다. 배우고 가르치길 좋아했다. 쓰러지기 전까지 마산대 교수로 일했다. 20년 근속 공로패를 받을 만큼 교육 현장에 헌신적이었다.

김 씨는 내년 8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서도 제자들의 진로와 장학금 혜택을 위해 발 벗고 나설 만큼 제자들을 아꼈다.

김 씨의 동료인 마산대 주석민 교수는 “학생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던 어머니 같은 분”이라고 고인을 회상했다.

김미향 씨가 대학으로부터 받은 공로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김 씨의 빈소에는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한 제자들까지 찾아와 스승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김 씨의 제자 고태민 씨는 “장기를 기증하고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교수님다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교수님께서는 전공 지식뿐 아니라 일을 대하는 태도와 책임감, 끝까지 해내는 마음까지 몸소 가르쳐 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가르침을 잊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라고 덧붙였다.

김미향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김 씨는 제자들에게 든든한 스승이었지만, 하나뿐인 딸에겐 늘 바쁜 엄마였다.

딸 박 씨는 “항상 바쁜 엄마여서 함께 여행할 시간도 많지 않았는데, 작년 여름 단둘이 제주도에 다녀온 게 자꾸 생각난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어머니에게 “진심으로 존경하고, 너무도 사랑하고 소중한 엄마. 나에게 엄마는 내가 사는 세상의 전부인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슬프고 힘들지만, 나에게 희생하고 가신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안식할 수 있게 홀로서기 해볼게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미향 씨의 딸이 엄마에게 쓴 편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교육자로, 이웃을 위한 봉사자로 살아오신 김미향 님이 마지막 순간에도 생명나눔으로 숭고한 사랑을 실천하셨다”며 “스승의 날 전해진 이 소식이 많은 분들께 생명나눔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정봉오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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