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코리 올더다이스 전미 STEM 스쿨 컨소시엄(NCSS) 이사가 STEM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전미 STEM 스쿨 컨소시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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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STEM 학교는 수학과 과학을 잘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학생 스스로 더 큰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곳입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만난 코리 올더다이스(사진) 전미 STEM 스쿨 컨소시엄(NCSS) 이사는 STEM 교육의 본질을 이렇게 정의했다.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수학(Mathematics)을 융합적으로 가르치는 STEM 교육이 글로벌 교육 패러다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미국 STEM 교육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2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 아칸소 수학·과학·예술학교(ASMSA) 총장을 맡아 학교를 미국 최고 수준 공립 영재학교 반열에 올려놓았고, 현재는 NCSS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며 글로벌 STEM 교육 네트워크 확장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방한은 제주 국제교육단지에 들어서는 ‘풀턴 사이언스 아카데미 애서튼(FSAA)’ 프로젝트와 맞물려 이뤄졌다. 미국 STEM 교육기관인 FSA 한국 캠퍼스 설립은 미국식 STEM 교육 모델의 글로벌 확장 사례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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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S는 1988년 미국 과학·수학 특성화 학교들이 설립한 협의체다. 당시에는 STEM이라는 단어조차 대중화되기 전이었다. 현재는 약 100개 학교와 기관이 참여하는 미국 최대 STEM 교육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특히 최근에는 조직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더다이스 이사는 “예전에는 일부 엘리트 학교 중심의 네트워크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은 혁신적인 교육 모델을 실험하는 다양한 학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며 “기존 명문학교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STEM 학교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STEM 교육 경쟁 무대도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미국 내 학교 간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국가 간 교육 경쟁으로 확대됐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글로벌 수준에서 교육 기회를 비교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NCSS 내부 조사에 따르면 회원 학교 학생들의 평균 SAT 점수는 1350점으로 미국 평균(1050점)을 크게 웃돈다. ACT 평균 역시 30점으로 전국 평균(19.8점)을 크게 상회한다. 회원 학교 학생 약 75%는 AP·IB·대학 학점 선이수 과정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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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S가 FSA를 주목하는 이유는 빠른 혁신 속도다. FSA는 2012년 설립된 비교적 젊은 학교지만, 이미 미국 교육계에서 강한 존재감을 확보했다. 내셔널 블루리본 스쿨, 내셔널 스쿨 오브 캐릭터, AP 플래티넘, Cognia STEM 인증 등을 잇달아 획득했다.
올더다이스 이사는 “미국 교육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변화 속도가 느린 편”이라며 “하지만 FSA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험하고 교육 모델로 정착시키는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FSA의 K-12 통합 STEM 시스템을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대부분 학교는 중·고등학교 단계에서 STEM을 강화한다. 하지만 FSA는 유치원 단계부터 STEM 사고방식을 체계적으로 구축한다. 어린 시절부터 과학적 탐구와 문제 해결 방식을 경험한 학생들은 학습 깊이 자체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FSA는 STEM 교육에 예술과 인문학을 결합한 STEAM 모델도 적극 운영한다. 실제로 졸업생 약 3분의 1은 경영·인문사회·예술 분야로 진학한다. 그는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협업하며 사회를 이해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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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다이스 이사는 AI 시대 교육의 핵심 키워드로 ‘기술적 유창함’과 ‘인간적 역량’ 균형을 제시했다. 그는 “AI는 앞으로 거의 모든 산업과 교육 환경을 바꿔놓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사람의 사고력과 창의성, 그리고 윤리 의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은 단순히 정보를 암기하는 능력보다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정의하며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며 “AI는 답을 줄 수 있지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는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STEM 교육이 기술 중심 교육으로만 흐르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는 STEM 교육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훌륭한 엔지니어이면서 동시에 공감 능력을 갖추고, 윤리적으로 판단하며 다양한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NCSS 조사에서도 회원 학교들의 최우선 과제는 학업 성적보다 ‘학생 웰빙’으로 나타났다. 전체 학교의 83%가 심리상담사·사회복지사 등 전문 지원 인력을 운영 중이다.
FSA 역시 ‘I-케어’ 철학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청렴, 호기심, 옹호, 회복탄력성, 공감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올더다이스 이사는 “AI 시대일수록 인성 교육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신뢰, 공감, 책임감 같은 가치들은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이 단순히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넘어 좋은 동료, 좋은 리더, 좋은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 진짜 교육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 FSAA, 2028년 한국 개교 예정
오는 2028년 개교 예정인 FSAA는 미국 본교와 긴밀히 연계된 운영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교사진 선발과 커리큘럼 운영 역시 FSA가 직접 참여한다. 미국 본교 교사 파견과 공동 연구 프로젝트, 글로벌 EC(비교과 활동), 국제 대회 참여 등도 추진된다. 올더다이스 이사는 “미국 본교와 지속적으로 연결되며 함께 진화하는 글로벌 STEM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교육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학업 역량이 매우 뛰어나다. 여기에 창의적 프로젝트 경험과 글로벌 연구 활동이 결합된다면 엄청난 잠재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시 중심 교육 환경에서도 STEM 중심 교육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상위권 대학들은 이제 시험 점수만 보지 않는다. 연구 경험, 프로젝트, 문제 해결 과정, 협업 능력을 함께 평가한다. STEM 기반 프로젝트 학습은 오히려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