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입국 80년, 대한민국 국립대학] 개교 80주년 ‘글로벌 혁신’ 속도… LG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신설 11개 기관과 ‘특성화 얼라이언스’… 세계 100위권 연구대학 도약 목표
부산 금정구 부산대학교 전경. 부산대 제공
“국가 성장엔진 역할 수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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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교육부가 확정·발표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방안’에는 향후 5년간 지방대학 육성을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격차를 줄이고 지역 인재를 국가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불리는 이 정책은 전국 국가 거점 국립대를 지역 혁신의 허브로 육성해 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균형 성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올해 3개 거점 국립대를 선정해 ‘브랜드 단과대학’과 ‘인공지능(AI) 거점대학’ 사업을 지원한다. 또 거점 국립대 학부 교육 혁신과 공유대학 사업을 위해 지난해보다 학교당 약 1000억 원의 예산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AI와 첨단산업, 미래전략 분야의 연구·교육 역량을 집중 육성해 지역 산업 수요에 맞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이를 통해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대학이 단순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 성장의 엔진 역할을 맡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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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총장(가운데)과 학생들이 부산대박물관 앞에 설치된 개교 80주년 기념 조형물 앞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과 손잡은 부산대…
지역 성장 이끄는 혁신 모델 구축
부산대는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맞춰 지역 대학과 산업계, 연구기관 등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학생 교육기관을 넘어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한 뒤 취업과 정주까지 지역 안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앵커 기관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년에 신입생을 선발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스마트가전공학과’가 대표 사례다. 부산대는 LG전자와 협력해 학부생이 입학부터 교육, 취업까지 연계되는 계약학과를 운영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졸업과 동시에 LG전자에 취업하게 된다. 지역 대학이 지역 산업과 협력해 청년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정주 기반까지 마련하는 국토균형발전형 혁신 모델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대는 다른 대기업들과도 추가적인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신설을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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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 4월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지역 대학 육성과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체계 구축 협약도 체결했다.
AX대전환 전략 선포 및 장영실 AI융합연구원 개원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리더 포럼에 참석한 최재원 총장(왼쪽에서 8번째)이 환태평양대학협회(APRU) 회원 대학 총장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통합·성과 기반 경쟁력 강화
교육 혁신과 산학 협력 강화는 입시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대의 2026학년도 입시 결과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출신 정시 합격자 비중은 13.9%로 최근 2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합격선이 꾸준히 오르고 최초 합격자 등록률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주지홍 부산대 입학처장은 “입학생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서도 부산대의 전국 경쟁력은 강화되고 있다”며 “정부의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방안과 글로컬대학 사업, 지역의사제 도입, 지역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채용 확대 등이 부산대 선호도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내년 3월 예정된 부산교육대학교와의 통합도 부산대의 또 다른 성장 발판으로 꼽힌다. 통합이 이뤄지면 유아교육부터 초·중등교육, 평생교육까지 아우르는 종합 교원 양성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부산교대 연제캠퍼스를 에듀테크 산업과 첨단 디지털 교육 특화 캠퍼스로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 다양한 교육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 홍나현 씨는 올해 1월 치러진 제15회 변호사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했다. 약학대학 조호경 학생도 제77회 약사 국가시험에서 전국 1897명 응시자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7월 전기공학과 학생 로봇팀 ‘타이디보이’는 국제 AI 로봇대회 ‘로보컵 2025’에서 세계 유수 팀들을 제치고 역대 최고점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최재원 부산대 총장은 “국내 최고의 거점 국립대인 부산대는 도약과 발전의 대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20년 뒤 개교 100주년에는 부산대가 세계 100위권 글로벌 명문 연구중심대학 반열에 올라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시민이 세운 부산대… 한국 산업화-민주화와 함께 컸다
부산대 역사와 80년 성과
지역서 기금 모아 1946년 개교
전국 산업현장 인재 공급소 역할
지역서 기금 모아 1946년 개교
전국 산업현장 인재 공급소 역할
1950년대 부산대 캠퍼스 내 무지개문과 인문관 전경.
1946년 5월 15일 윤인구 초대 총장이 내세운 ‘우리 민족의 천년을 책임질 대학’이라는 비전 아래 출범한 부산대의 시작은 지역사회의 헌신 그 자체였다. 당시 경상남도는 도민의 숙원이던 국립대 설립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했고 시민과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설립 기금 마련에 나섰다.
고성 옥천사는 사찰 소유 토지 약 44만6280㎡(약 13만5000평)를 내놓았고, 대선주조의 전신인 대선발효공업㈜은 무지개문 건립비와 대학 설립 기금을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모두 1032만9000원의 기금이 모였다.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인문학부와 수산학부를 갖춘 국내 첫 종합 국립대학이 문을 열 수 있었다. 당시 정식 교명은 ‘국립 부산대학’이었다.
부산대는 리차드 위트컴의 지원 속에 금정산 동쪽 기슭에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며 지금의 효원캠퍼스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부산·양산·밀양·아미를 아우르는 멀티캠퍼스 체제를 구축하며 의생명과 첨단공학, 지역산업 연계 연구 기반을 확대했다. 글로컬대학 사업 선정에 따라 2027년 부산교육대학교와 통합해 연제캠퍼스를 새로 추가할 예정이다.
부산대 80년의 역사는 대한민국 현대사와도 맞닿아 있다.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본격화하던 시기, 부산대는 전국 산업현장에 우수 인재를 공급하며 국가 성장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 동남권 제조업 발전을 이끌 핵심 인력을 길러냈다.
민주화의 분기점마다 부산대는 중심에 섰다.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에서 시작된 부마민주항쟁은 유신체제에 맞선 국민 저항의 도화선이 됐다. 한국 민주주의 흐름을 바꾼 부마민주항쟁은 2019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며 역사적 의미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부산대는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혁신과 국가균형발전을 이끄는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돼 5년간 1500억 원 이상의 재정을 확보했고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AI 기반 교육혁신과 융합연구 체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대는 국내 대학 가운데 6개 대학만 가입한 환태평양대학협회(APRU) 회원으로서 세계 명문대와 교류하고 있으며 64개국 717개 대학과 활발한 국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봉사와 나눔도 꾸준히 실천해왔다. 부산대 학생들은 지역사회기여센터 등을 통해 교육 기부와 멘토링 활동을 펼쳐왔다. 최근 10년간 멘토로 참여한 인원만 1만9000명에 이른다. 해외봉사 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교육기부대상을 5차례 수상해 ‘교육기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최재원 총장(가운데)이 재학생들과 무지개문 앞에서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