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AI 반도체 기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가 다시 한번 나스닥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세레브라스는 지난 2024년 7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보통주 기업 공개 관련 양식을 비공개로 제출했으나 아부다비 기반의 고객사 G42의 투자와 관련한 외국 투자심의위원회의 조사, 11억 달러(약 1조 6300억 원)의 대규모 투자 유치 등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상장 절차를 자진 철회했다. 그런데 올해 4월 17일부로 증권거래위원회에 보고서를 재제출하며 다시 한번 상장의 문을 두드린다.
세레브라스 CS-3를 기반으로 한 슈퍼컴퓨터 시스템 / 출처=세레브라스
세레브라스는 총 2800만 주의 클래스 A 보통주를 공모하며, 예상 공모가는 주당 115달러(약 17만 원)에서 125달러(약 18만 원) 사이다.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의 티커 심벌은 CBRS이며, 모건 스탠리와 시티그룹, 바클레이즈, UBS 투자은행이 주간사로 참여한다. 세레브라스의 재상장은 최근 CPU 기업들의 폭발적인 주가 성장, 그리고 대규모 연구개발로 인한 적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출구전략으로 해석된다.
세레브라스, 웨이퍼 하나를 통째로 쓰는 접근법
좌측이 세레브라스 WSE-3 칩, 우측이 엔비디아 B200 블랙웰 GPU 반도체다 / 출처=세레브라스
세레브라스는 2015년 설립된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이며, 2019년에 웨이퍼 스케일 엔진(WSE)과 이를 기반으로 한 첫 제품인 CS-1을 발표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WSE가 주목받는 이유는 압도적인 반도체 크기와 성능, 그리고 병렬 처리에 극도로 최적화된 구조 때문이다. 일반적인 반도체 칩은 웨이퍼에 회로를 각인한 뒤 크기에 맞춰 절단한 후 패키징 처리한다. 최신 버전인 WSE-3는 웨이퍼 한 장을 그대로 활용해 90만 개의 코어와 125페타플롭스의 연산 성능을 갖춘다. 이는 엔비디아 B200보다 19배의 트랜지스터, 28배의 연산 속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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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브라스, 철회 6개월도 안돼 재도전하는 이유는?
그렇다면 왜 세레브라스는 상장을 철회한 지 겨우 6개월 만에 재도전하는 것일까? 이는 AI 반도체 시장 상황이 그 사이 급격히 변했고, 또 세레브라스도 갑작스레 대규모 도입 사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세레브라스가 상장을 결정한 2024년 초만 하더라도 세레브라스의 매출의 80%가 G42 한 곳에 의존했다. G42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본사를 둔 중동 AI 및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이며, 현재는 중동 소버린 AI의 중심 기업이기도 하다.
2024년 당시 세레브라스는 아랍에미리트 소재의 클라우드 기업 G42에 매출 85%를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 출처=세레브라스
하지만 2023년 당시 미국 정부는 G42가 이용 중인 화웨이 장비를 통해 미국인의 개인 정보 등이 중국 정부로 이전될 수 있음을 경고했고 CEO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미국 상무부는 중국으로 반도체를 우회수출할 수 있는 40여 개 국가를 반도체 수출 통제 국가로 지정해 G42 견제에 나섰다. 반도체 수출 통제는 2025년 11월, G42가 중국산 장비 철거, 바이트댄스 지분 정리 등 미국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해제됐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G42는 신뢰하지만 여전히 검증의 대상이고, 이런 G42가 세레브라스의 주요 고객 기업인 점이 제약이 되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1월 세레브라스와 대규모 반도체 도입 계약을 맺었다 / 출처=오픈AI
다행히 G42에 편중된 도입사례, 매출 구조가 올해 들어 급진전됐다. 오픈AI는 세레브라스와 3년 간 300억 달러(약 44조 6580억 원) 이상의 반도체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오픈AI는 세레브라스 지분 일부를 매입하고, 세레브라스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약 10억 달러(약 1조 4800억 원)를 투자한다. 3월에는 아마존웹서비스가 CS-3를 기반으로 대규모 추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도입 규모나 계약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가 GPU가 아닌 AI 가속기를 도입한 것만으로 주요하다. 아울러 미국 에너지부 및 국립 연구소도 꾸준히 세레브라스의 장비를 이용 중이며, GSK 등 제약사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서버용 CPU 제조사 Arm과도 협력 구도에 들어갔다. Arm은 지난 3월 25일에 자체 서버 반도체 칩인 AGI를 공개했으며, 세레브라스도 이 칩을 활용하기로 했다. 세레브라스 CS-3는 특수한 시스템이어서 도입 기관, 기업에 직접 내부 직원이 파견을 나가 지원을 하는 상황인데, Arm AGI를 통해 데이터 이동, 네트워킹, 대규모 조정 등의 편의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서버용 반도체 표준에 가까운 Arm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세레브라스 하드웨어 역시 적절한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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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틱 AI 시대에 접어들며 CPU 기업들이 재평가를 받기 시작한 점도 세레브레스의 재도전에 불을 지폈다. 인텔의 주가는 올해 들어 85%이상 상승하며 5월 11일 종가 기준 129.44달러(약 19만 2000원)를 기록 중이다. 2025년만 하더라도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 정체를 겪으며 미국 반도체의 끝을 보여주는듯 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상황을 완전히 반전시켰다. AMD 역시 올해 105% 이상 주가를 높이며 현재 458.79달러(약 68만 30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2년간 엔비디아 GPU가 학습용 반도체로 시장을 장악했는데, 에이전틱 AI 시대에서는 논리적인 판단과 업무를 수행하는 CPU가 핵심 반도체로 작용한 것이다.
샌디아 미국 국립연구소에 CS-3 테스트베드가 설치되고 있다. 샌디아 연구소는 국가 무기 시스템과 우주, 항공, 컴퓨팅, 에너지 등을 개발하는 곳이다 / 출처=샌디아 연구소
세레브라스의 WSE는 대용량 메모리와 압도적인 대역폭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추론 속도를 발휘하며, 실시간으로 복잡한 사고를 처리하는 에이전틱 AI 실행에 최적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즉 세레브라스 WSE가 CPU와 GPU 역할을 모두 해낼 수 있는 구조여서 인텔과 AMD보다 더 높은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다. 세레브라스의 공모에는 20배가 넘는 주문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고 공모가 범위도 주당 115~125달러에서 150~160달러(약 22만 3000원에서 약 23만 8000원)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거 상장 시에는 G42 하나에 의존했던 세레브라스가 이번에는 오픈AI와 AWS를 업고 도전에 나선다. 시장의 투자도 충분히 몰릴 전망이고, 앞으로의 시장 전망도 무척 밝다. 다만 미국 정부 입장에서 G42는 신뢰할 수 있지만 검증의 대상이고, 이들과의 관계를 확실히 하는 것이 관건이다. 세레브라스가 이번에는 미국 정부의 문턱을 넘는가에 따라 앞으로 AI 반도체 스타트업 전반의 흥행가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