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농축 20년 중단 거부 “제3국 반출” 이란, 호르무즈 통제권 보장도 요구 트럼프 추가 공격 언급에 위기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마린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6.05.11 [워싱턴=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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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방금 이란의 소위 ‘대표들’로부터 온 답변을 읽었다”며 “나는 그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종전안을 제안해 이날 답변을 받았는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합의까지 거의 다 왔다”며 이르면 일주일 내 종전 선언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하지만 양측의 종전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당분간 합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쟁 재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미-이란, 핵 문제 입장 차이 못 좁혀
이란이 이날 미국에 전달한 공식 답변서는 여러 쪽의 분량으로, 그 안에는 “이란 측 요구사항이 상세히 담겨 있지만 양측 간 입장 차가 여전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관련 내용을 잘 아는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양국은 일단 초기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이후 30일간 집중적으로 후속 협상을 진행하는 큰 틀에는 공감대를 이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은 MOU에 핵 문제까지 포함하려 했지만, 이란은 핵 문제를 30일간 추가 협상 기간에 별도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란은 핵 프로그램 및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답변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한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보유 중인 고농축 우라늄 일부는 희석하고, 나머지는 제3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미국의 20년간 농축 중단 요구에 대해서도 훨씬 짧은 기간만 수용 가능하다고 했고, 핵시설 해체 요구는 거부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가져선 안 되며, 현재 보유 중인 우라늄은 모두 미국 등 해외로 반출해야 한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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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은 전쟁 발발 전처럼 각국 민간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란이 핵문제를 추후 협상으로 미루고, 즉각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게 사실이라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선뜻 수용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 美, 다시 군사작전 나설 수도
파키스탄의 중재 속에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미국이 군사작전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공개된 미 시사 프로그램 ‘풀 메저(Full Measure)’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공격 가능한 다른 목표들이 더 있다”며 이란을 2주간 추가로 공격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지상군 파견 등 이란과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만큼, 기존의 대이란 해상 봉쇄 강도를 높여 이란을 경제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의 ‘저강도 대치’ 상황을 당분간 이어가며 좀 더 긴 호흡으로 이란을 옥죌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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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