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도, 언어 장벽도 없이 동물 자랑이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이 모습은 지난달 7일 X(옛 트위터)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자동번역이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이다. X 이용자들은 생성형 AI ‘그록’(Grok) 기반의 번역을 통해 다른 나라 언어로 작성된 게시글을 즉시 모국어로 볼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세계 이용자가 하나의 광장에 섞여 ‘언어의 바벨탑’이 다시 세워졌다는 평가도, “자고 일어나니 이탈리아 아저씨와 인도네시아 아줌마가 냉장고 뒤지는 느낌”이란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장벽이 허물어지자 갈등도 격화됐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 부정 같은 일본 내 역사 왜곡 담론이 해외로 더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 일본 X 이용자가 “옛날엔 한국과 일본이 같은 나라였고, 성산업에 종사하는 것은 당시 법률로 합법이었다. 성노예로 삼았다는 사실은 없다”는 게시글을 올리자, 자동번역을 타고 순식간에 다른 언어로 해당 내용이 퍼졌다. “노예제도도 합법이었는데, 그게 옳다고 생각해?”, “언어의 장벽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편에 선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중” 등 세계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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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는 이런 상황을 두고 “초기에는 과거에 접하지 못했던 정보에 노출되면서 새로운 갈등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새로운 깨달음이나 자기 성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꼭 부정적인 결과만을 예상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