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銀 중금리 대출 비중 30%대
토뱅, 대출 평균 신용점수 930점
4대 시중銀보다 높거나 같은 수준
정부 “포용금융은 은행 의무” 강조… 전문가 “IT기술로 ‘사다리’ 역할해야”
정부가 중·저신용자를 포용하지 못하는 금융권 신용대출 관행에 대해 지적한 가운데 은행권 전반에서 고신용 쏠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허가 당시 ‘중금리 대출 확대’를 설립 취지로 내세운 인터넷 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여전히 30% 수준에 머물렀다. 시중은행 역시 중견기업 이상을 다니며 착실하게 월급을 받는 정도의 고신용자 위주 대출이 여전했다.
● 은행권 전반에 ‘고신용 쏠림’
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이 일반 신용대출을 내준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대부분 800점대 후반에서 900점대 중반에 포진해 있었다.
가장 평균 신용점수가 높은 상위 5개사를 추려 보니 SC제일은행(965점), BNK부산은행(954점), SH수협은행(940점), NH농협은행(932점), 토스뱅크(930점)였다. 주요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인터넷은행, 상호금융,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에서도 고신용 쏠림이 발견됐다.
중·저신용자는 개인 신용평점이 KCB 기준 하위 50%(신용점수 860점대 미만)인 이들을 뜻한다. 통상 신용점수가 890점이 넘으면 고신용자, 942점이 넘으면 초고신용자로 분류된다. 890점대는 중견기업 이상, 공공기관 등에 다니는 안정적 봉급 생활자 혹은 신용카드를 오래 쓰고 연체가 없는 중소기업 직장인이 많다. 연체 기록이 없어야 하고 장기간 안정적 거래 이력이 있어야 달성 가능해 자영업자,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 등은 많지 않다.
특히 중·저신용자 대출 활성화를 취지로 설립된 인터넷 전문은행마저 고신용자 중심 영업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뱅크의 평균 신용점수는 KB국민은행(930점)과 같은 수준으로 신한은행(911점), 하나은행(911점), 우리은행(928점)보다 높았다. 인터넷은행 3사 가운데 점수가 가장 낮은 카카오뱅크도 고신용자 기준인 890점을 맞췄다. 신용점수가 800점대 후반은 돼야 인터넷은행은 물론 시중은행에서 수월하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 “포용금융, 금융기관의 의무”정부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국무회의에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포용금융을 얼마나 실현했는지를 평가해 불이익을 주는 방법은 없나”라며 “포용금융이라는 게 금융기관의 의무 중 하나라는 것을 계속 주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도 최근 금융권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부족을 꼬집으면서 “중간 계단이 통째로 빠져버린 끊어진 사다리”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실적을 강조하고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1분기(1∼3월) 4500억 원 규모의 중·저신용 대출을 내주면서 중·저신용대출 신규 취급 비중이 45.6%로 목표 비율을 상회했다고 밝혔다. 토스뱅크 측은 “매 분기 중·저신용자 비중을 목표치인 30%를 초과해 달성하고 있다”며 “5, 6월에 중·저신용 대출을 확대해 이번 분기에도 목표 비중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16조 원), 케이뱅크(8조6000억 원), 토스뱅크(9조6000억 원)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누적 대출액은 3월 말 기준 34조 원을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 비중을 지난해 30% 수준에서 2028년 35%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대안 신용평가모델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델을 통해 택시 이용 패턴, 도서 구매 이력까지 반영해 금융 이력이 부족한 금융 소비자에게도 기회를 넓히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터넷은행들이 강점을 가진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모델을 바탕으로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