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로드중
신세계, 무간도, 미스 에이전트. 한국 홍콩 미국으로 배경은 다르지만 모두 범죄조직에 잠입한 ‘언더커버’ 수사 요원들의 활약을 다룬 영화들이다. 한국의 경우 영화와 달리 위장수사는 특정 범죄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조주빈 일당의 ‘n번방’ 사건을 계기로 2021년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해 처음 위장수사가 허용됐고, 이후 성인 디지털 성범죄(2024년)와 마약 수사(올 4월)로 확대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조직범죄도 위장수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6일 발의한다.
▷위장수사는 n번방 사건처럼 폐쇄적이고 비대면에 점조직 형태로 이뤄져 압수수색이나 체포 같은 전통적 수사 방식으로는 증거 확보가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번에 발의되는 법안도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투자 리딩방, 기획부동산 사기처럼 내부자가 아니면 정보 접근이 어렵고, 조직 말단을 잡아도 윗선까지 검거하기 어려운 조직범죄가 대상이다. 수사관이 조직원이나 피해자로 위장해 계약이나 거래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위장수사의 효용은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입증된 바 있다. 2021년 9월 제도 도입 이후 4년간 위장수사 765건으로 성범죄자 2171명을 붙잡았다. 범인이 개설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위조 신분증으로 가입해 증거를 모았다. 2024년엔 지인과 연예인을 대상으로 가짜 영상물 3만 개를 제작 유포한 ‘합사방(합성사진방)’ 운영자 등 238명을 검거했다. 위장수사 개시 3개월 만이었는데, n번방 때는 조주빈 검거까지 6개월이 걸렸다.
광고 로드중
▷위장수사를 개별 법률로 허용하는 점도 개선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발의되는 조직사기특별법을 비롯해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성폭력범죄처벌법, 마약류 관리법 등으로 관련 규정이 흩어져 있다 보니 위장수사의 범위와 한계 등에 대한 일관된 운용이 어렵다. 위장수사가 필요한 범죄 유형이 생길 때마다 개별법을 고치거나 특별법을 만든다면 일관성 유지가 더 어렵고 형사특별법이 난립할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형사소송법, 영국은 수사권한규제법, 미국은 행정지침으로 규율한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