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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노조 “성과급 45조 달라”…소액주주 “악덕 채권자냐” 맞불 집회

입력 | 2026-04-23 16:55:00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양회성 yohan@donga.com

23일 오후 2시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 왕복 8차선 도로의 1km가 넘는 구간이 검은 조끼를 입은 인파로 가득 찼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도로를 전면 통제하고 창사 57년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궐기대회에 나선 것이다. 주최 측과 경찰 추산 조합원 4만여 명이 참여했다. 2024년 7월 첫 파업 당시 6000여 명에서 2년 만에 6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 왕복 8차선 가득 채운 삼성 노조

이날 행사장 곳곳에는 경영진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 내걸렸다. ‘적자 경영은 경영진 책임’ 등 노사 갈등을 조장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게시됐다. 이재용 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등 경영진의 사진을 바닥에 두고 “여기다 풀고 가세요”라고 안내하며 밟고 지나는 행사도 진행됐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이날 대형 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최 위원장은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으로 ‘인재 제일’ 원칙을 되살리겠다”며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섭 재개의 ‘여지’는 남겼다. 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사측이 사과와 함께 교섭 안건을 미리 가지고 와야 한다”고 했다. 이날 소속을 밝히지 않은 한 조합원은 “회사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뒀으면 노조와도 그만큼 나누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번 쟁의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은 “그래도 파업까지는 안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300조 원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앞서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하자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배분을 사측에 요구했다. 이는 약 45조 원으로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1~3월) 영업이익(37조 원)보다도 많다.

반면 사측은 DS부문에 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전액 지급하며, 업계 1위 탈환 시 최고 대우(영업이익의 13~14% 수준)를 보장하겠다고 맞섰다. 지난달 집중 교섭이 결렬된 후 노사 간 대화는 끊긴 상태다. 노조는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다음 달 21일부터 18일동안 총파업을 강행해 최대 30조 원의 생산 차질을 빚게 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국내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공지능(AI) 등 주요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대 메모리 제조사의 파업은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주본부 관계자들이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4·23 투쟁 결의대회’를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4.23 뉴스1


● ‘사회갈등’으로 번지는 삼성전자 임협

이번 쟁의의 본질은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노사간 ‘수익 분배’ 갈등이다. 하지만 노조가 영업이익의 15%에 이르는 요구를 들고 나오며 수익 분배 논의에 주주들까지 가세했다.

이날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소액주주들은 이날 노조 집회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민경권 주주운동본부 대표는 “합의가 안 됐다고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반도체 공장을 멈추겠다는 것은 주주 재산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회사가 돈을 많이 벌었다고 상한선 없이 다 내놓으라는 것은 악덕 채권자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 통신 역시 “420만 명의 삼성 주주들은 무리한 성과급 잔치보다 차세대 칩 역량을 위한 전략적 인수나 장기 투자에 돈이 쓰이길 원하고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삼성전자 노조 주장대로 성과급을 받아갈 경우 반도체 부문 직원 1인당 수령액이 6억 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과도하다”는 사회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집회 현장 옆 삼성전자 P5 공장 신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50대 협력업체 직원 윤모 씨는 “우리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는 분들이 더 많은 돈을 달라고 집회에 나서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창출한 이익을 노사 양측이 각자의 전유물로 여길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사회적 기여로 환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성과 달성에는 소비자와 정부, 협력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기여가 뒷받침돼 있다”며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R&D) 투자와 협력사 처우 개선 등 거시적 안목에서 성과를 나누는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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