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문화유산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직접 폭격이 아닌 공습 여파로도 문화유산이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메르다드 헤자지 이스파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11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아시아·태평양지역 위원장단 회의에서 샤 모스크 사례를 들며 “폭격에서 350m 이상 멀어지면 눈에 띄는 훼손은 줄지만, 누적 충격에 따른 위험은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충격파와 지반 진동, 건물 내 높아진 압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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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고의적 파괴가 아님’을 주장하는 국가들에 책임을 물을 근거가 된다고 보고 있다.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위원장)는 “정조준이 아니란 이유로 가해국은 책임 회피가 가능하다는 점이 오랫동안 문제로 제기됐다”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역시 문화유산을 핀포인트로 때리지 않는 전략적 공중전이지만, 피해가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이번 조사 결과를 교훈 삼아 “문화유산을 보호할 실질적 대책을 구축해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은 ‘전쟁 중 문화유산 공격 금지’ 등을 골자로 한 ‘무력 충돌 시 문화재 보호에 관한 헤이그협약’(1954년)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문화유산 파괴 행위를 전쟁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 협약엔 가입돼 있지만, 사후 조치에 불과해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있다.
신희권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사무총장)는 “자국우선주의가 확산하는 분위기인만큼 우리나라도 사후 대책이 아닌 사전 대비책을 고민해볼 때”라며 “실질적으로 문화재 파괴를 제재할 수 있는 장치도 국제 사회와 긴밀히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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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