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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장원재]‘무기 금수’ 빗장 푼 日, 첫 군함 수출

입력 | 2026-04-20 23:21:00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20∼2024년 세계 무기 수출 순위에서 한국은 10위, 일본은 51위였다. 국방예산은 일본이 더 많지만 구조, 수송, 경계, 감시, 기뢰 제거용으로만 수출이 제한되다 보니 시장 점유율이 미미했던 것이다. 완제품 수출 실적이라곤 6년 전 필리핀에 대공 감시 레이더 4대를 판매한 게 전부였다. 그랬던 일본이 18일 호주에 모가미급 호위함 11척을 10조 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첫 군함 수출이자 사상 최대 무기 수출이다.

▷‘바다의 닌자’로 불리는 모가미급 호위함은 길이 132m, 만재 배수량 5500t으로 순양함, 구축함보다 작지만 단독 작전이 가능한 고성능 전투함이다. 스텔스 기능이 있으며 최신형 함대공·함대함 미사일도 탑재할 수 있다. 이런 공격형 군함의 수출이 가능했던 건 “타국과 공동 개발하는 경우 살상무기도 이전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적용했기 때문이었다. 일본 방위산업의 분기점이 될 이번 계약을 위해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열흘 사이 호주 국방장관을 두 차례 만나며 공을 들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조만간 호주를 찾아 방위 분야 협력 확대를 선언할 방침이다.

▷전후 일본은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에 따라 ‘무기 수출 금지’ 원칙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아베 신조 내각은 2014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선언하며 무기 수출의 빗장을 열었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맞서 방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방위성 내부에서 “제안서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초반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기술 이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 호주 잠수함 사업에서 탈락했고, 현지 생산 조건을 수용하지 못해 인도와 맺으려던 구난 비행정 계약도 무산됐다.

▷일본은 이번 계약을 발판 삼아 ‘방위산업 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달 중 구조용 등으로 수출을 제한해 온 지침을 폐기하고 공격용 살상무기까지 수출을 허용할 계획이다. 여론조사에선 ‘살상무기 수출’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모가미형 호위함은 뉴질랜드,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추가 수출을 타진 중이다.

▷일본 방위산업의 약진은 한국에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번 호주 사업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도 도전했지만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일본이 다음 수출 대상으로 꼽은 국가들 역시 한국 방산업계가 공들여온 시장과 상당 부분 겹친다. 여기에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악몽도 있다 보니 한국으로선 일본의 군사 대국화를 보는 시선이 여러모로 예사롭지 않을 수밖에 없다.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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