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래 경희대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전 특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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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에너지 안보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정부도 에너지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원유와 나프타 공급 차질은 자동차, 건설, 조선 등 국가 기간산업 전반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이는 물가 상승과 환율 불안으로 확산된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번 위기가 과거 오일쇼크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천연가스 공급 충격이 결합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우리나라는 두 차례 석유파동을 계기로 탈석유와 에너지 다변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1980, 90년대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원자력,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도입이 본격화됐고, 제도적 기반도 이때 마련됐다. 현재 정책 방향은 원전과 재생에너지에 집중돼 있다. 원전은 안전성과 사회적 수용성 문제를 안고 있고, 재생에너지 역시 간헐성과 변동성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단기간 내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제약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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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구조도 안정적이다. 국내 LPG의 70% 이상이 미국산 셰일가스 기반이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북미 노선을 통해 안정적 수급이 가능하다. 또한 LPG는 LNG와 달리 대규모 배관망 없이 용기나 탱크로리로 운송할 수 있어 도서 및 산간 지역이나 재난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 이는 에너지 복지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이제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5년마다 수립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LPG의 역할을 명확히 반영해 중장기 수급 전망과 보급 정책을 제도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내연기관을 일률적으로 퇴출하기보다는 저공해성이 입증된 LPG를 현실적인 전환 수단으로 활용해 무탄소차 보급 과정의 공백을 완화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농어촌 지역의 에너지 격차 해소를 위한 중규모 LPG 배관망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 시대에는 이상보다 현실이 중요하다. LPG가 국가 위기 시 실효성 있는 대응력을 발휘하려면 최소한의 인프라 유지를 통한 안정적인 에너지 믹스 비중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LPG는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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