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 스티븐 돌드리 감독 내한 “영화 본 엘턴 존, 먼저 뮤지컬 만들자 제안 사라진 英 산업 공동체-가족 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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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전인 2000년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선 영국에서 온 저예산 영화 한 편이 상영된다. 광부들의 대규모 파업이 한창이던 1980년대, 거친 공업도시에서 발레리노의 꿈을 키운 소년. 이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바로 ‘빌리 엘리어트’. 시사회에 참석했던 ‘살아 있는 전설’ 엘턴 존은 상영이 끝난 뒤 감독 스티븐 돌드리(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거 뮤지컬로 만듭시다.”
엘턴 존의 한마디로 시작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5년 런던 초연 뒤 한국, 호주, 네덜란드, 일본 등 세계 5개 대륙에서 12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초대형 히트작이 됐다. 그리고 그 저예산 영화를 만들었던 돌드리 감독은 미 아카데미상(영화 ‘빌리 엘리어트’ ‘디 아워스’ ‘더 리더’)과 에미상(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 그리고 토니상(연극 ‘기묘한 이야기’)까지 석권한 거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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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엘턴 존이 ‘빌리 엘리어트’의 가능성을 알아본 건 “빌리가 곧 그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엘턴의 아버지도 아들이 음악가가 되는 것을 반대해, 아버지와 치열하게 싸워야 했죠. 빌리의 아버지는 결국 아들을 지지해 주지만 엘턴의 아버지는 끝내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엘턴이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돌드리 감독은 12일 한국에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개막 공연도 관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본 적이 언제인가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랜만”이라며 “정말로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죽어가는 탄광도시에서 태어난 발레리노. 꿈꾸기 어려운 환경에도 자기를 포기하지 않는 소년. 그리고 그를 돕는 가족과 지역사회의 애정. 1980년대 영국의 사회적 현실이 그대로 묻어나는 ‘빌리 엘리어트’는 다층적인 함의가 물씬하다. 하지만 그중에 돌드리 감독이 꼽는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보편성은 바로 “순수한 우아함(pure grac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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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련과 고통을 견딘 아이가 무대 위에 올라 마침내 뿜어내는 군더더기 없는 아름다움. 돌드리 감독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영국이든 어디에서 보더라도, 이 ‘순수한 우아함’에 모든 관객이 감동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빌리 엘리어트’는 올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도 다시 오른다. 돌드리 감독은 “20대 시절 파업 중인 광부들을 위해 복지회관에 올릴 연극을 만든 게 내 첫 작업이었다”며 “이 작품은 이젠 영국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광부와 붕괴한 산업 공동체를 위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영국에서 제조 산업이 붕괴한 뒤 그 공동체와 가족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작진의 마음은 언제나 그 공동체와 함께하고 있죠. 극의 마지막에 광부들이 지하로 내려갈 때, 마치 무덤으로 들어가듯 연출된 것처럼요….”
한국에선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7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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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