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 신작 ‘내 이름은’
1998년 제주. 열여덟 살 소년 영옥(신우빈)은 자신의 촌스러운 이름이 콤플렉스지만, 친구 민수(최준우)와 별 탈 없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 하지만 서울에서 전학 온 경태(박지빈)가 순식간에 반에서 ‘권력자’가 되며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영옥은 경태와 민수 사이에서 제대로 서지 못한 채 경태의 폭력을 방관한다.
손자뻘이지만 아들인 영옥을 홀로 키워온 어머니 정순(염혜란). 그는 바람에 잎이 날리는 걸 볼 때마다 정신을 잃곤 한다. 결국 정신과를 찾은 정순은 깊이 잠들어 있던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1949년 제주의 봄을 조금씩 되짚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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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순을 연기한 염혜란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말보다 눈빛으로, 대사보다 몸으로 정순을 살아낸다. 시대적 비극을 온몸으로 통과한 인물의 한이 움직임 하나하나에 배어 있다. 정순이 보리밭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아픔을 정화하는 동시에 그날의 죽은 넋을 달래는 것처럼 보인다. 염 배우는 “실제 있었던 일이라 접근이 조심스러웠는데, 4·3을 다룬 작품들과 실제 겪은 분들의 증언 등을 많이 참고했다“면서 ”이야기가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말해주는 지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rep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