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장 “쥐고만 있는 미제, 과감히 처분해라” 전대미문 적체에 ‘속도’…“부실수사 책임은?” 우려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 걸린 검찰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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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먼지가 수북이 쌓인 이른바 ‘캐비닛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 착수 후 장기간 방치한 사건,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등이 1차 대상이다. 10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적체된 미제 사건 정리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장기 미제 사건과 공소시효 임박 사건을 중심으로 전수 점검에 착수했다. 박철우 중앙지검장이 최근 “진척 없이 쥐고만 있는 미제 사건을 과감히 털어내라”고 지시하면서 지검 차원의 ‘캐비닛 분류 작업’이 본격화한 것이다.
과도하게 장기간 방치했거나 혐의 입증이 불명확한 사건 등은 ‘종결 대상’이다. 예컨대 3년 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놓고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하지 않았던 사건, 인사 발령 또는 특검 파견 등 잦은 담당 검사 교체로 방치된 사건은 과감하게 무혐의 처분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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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건 소화’에 팔을 걷어붙인 최대 이유는 전례 없는 미제 사건 적체 때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검찰청에서 3개월 이상 최종 처분이 나지 않은 미제 사건은 지난달 기준 12만1563건으로 2024년(6만4546건)보다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중앙지검도 같은 기간 6857건에서 9928건으로 늘었다.
검사들의 줄사직과 특검 파견 등 ‘인력난’도 원인이다. 중앙지검의 경우 검사 정원은 267명이지만 재직 인원은 지난달 말 기준 241명에 그쳤다. 검사 한 명 한 명이 아쉽다 보니 특검에서 검사 파견 요청이 올 때마다 내부에선 “마른오징어에서 즙 짜내란 말”이란 토로가 나오는 실정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뉴스1
특히 현재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경제 사건은 10월2일 중수청·공소청 출범 이후 90일 내 중수청에 남김없이 이관해야 한다. 고도의 법률 지식과 수사 노하우가 필요한 사건이 많은 만큼, 검찰청 폐지 전 수사를 매듭짓자는 인식이 강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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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와 검찰 안팎에선 미제 사건의 ‘신속 처리’ 필요성에 일단 공감하는 분위기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월말 미제 사건 기준으로 검사 1인당 일반 사건 100건, 중요 사건은 8~10건만 돼도 검사가 담당 사건을 파악하기 어렵다. 500~700건은 굉장히 위험한 수준”이라며 “고소인이든, 피의자든 어느 입장을 봐서라도 신속한 사건 처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검사가)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서 만약 불기소 처분을 내렸을 때, 사건의 당사자는 불복할 경우 항고나 재항고 등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하지만 사건 처리 자체를 안 하고 검찰이 쥐고만 있으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속도전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데, 검사장 지시에 따른 조치라 해도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담당 검사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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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청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검사장으로선 당연히 미제 사건을 빨리 처리하라고 지시해야 하고, (사건 처리) 속도도 붙게 될 것”이라면서도 “(담당 검사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