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췌장 장애’ 인정 의미와 과제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인슐린 자동주입기는 의료기기… 병원서 교육-관리 체계 마련돼야 문선준 강북삼성병원 교수 인공췌장 장비값 500만원 수준… 성인 구매비 상한 확대 등 필요
7월 1일부터 인슐린 분비가 극도로 저하된 당뇨병 환자가 ‘췌장 장애’로 등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문선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를 만나 췌장 장애 인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들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환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변화는 기기 접근성, 비용 부담, 교육과 연속 관리 체계에서 나온다. 뒤를 잇는 정책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 - 문선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1형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 관리는 단순한 생활 관리가 아니라 생존에 가까운 문제다. 자가면역 반응으로 췌장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혈당을 확인하고 식사, 운동, 수면, 스트레스까지 고려해 인슐린 용량과 투여 시점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작은 판단 실수도 고혈당이나 저혈당 쇼크 같은 급성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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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문선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를 만나 1형 당뇨병 췌장 장애 인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들었다. 김 교수는 2021년에 대한당뇨병연합 등 전문가 단체와 함께 1형 당뇨병의 장애 인정 근거를 마련하는 연구를 이끌어 왔다.
―1형 당뇨병은 왜 ‘장애’로 논의되기 시작했나.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하 김재현)=“인슐린 분비 능력이 극도로 떨어진 환자는 질환 관리가 매우 어렵다. 인슐린 투여는 하루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반복되고 용량과 시점, 상황 판단까지 모두 환자에게 달려 있다. 고혈당과 저혈당으로 이어지기 쉽다. 관리 난도가 매우 높고 도움이 필요한 질환이라는 점을 제도적으로 알리기 위해 췌장 장애 개념이 논의됐다.”
―췌장 장애는 어떻게 구분되나.
문선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이하 문선준)=“제도상으로는 ‘심한 장애’와 ‘심하지 않은 장애’로 나뉜다. 핵심은 인슐린 분비가 극도로 저하된 상태인지 아닌지다. 꼭 1형인지 2형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실제로 인슐린이 거의 나오지 않는 환자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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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그렇다. 진단 직후에는 인슐린 분비가 일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흔히 ‘허니문 기간’이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도 환자와 가족의 삶은 완전히 달라지고 매일 전쟁 같은 혈당 관리가 시작된다. 그런데 기준이 인슐린 분비 수치다 보니 진단 초기 환자가 겪는 어려움은 제도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최근 치료 환경은 무엇이 달라졌나.
김재현=“연속혈당측정기(CGM)가 등장한 이후 환자와 보호자가 ‘밤에 잠을 잘 수 있게 됐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혈당에 따라 인슐린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자동화 인슐린 주입 장치, 이른바 ‘인공췌장장치’가 등장했다. 이런 장치를 사용하면 혈당 관리 지표가 목표치에 가까워지거나 해외에서는 정상 수준에 근접했다는 보고도 있다.”
―국내는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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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부담 문제도 있나.
문선준=“그렇다. 장애로 인정된다고 해서 당장 진료비나 기기, 소모품 비용이 적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성인은 펌프 급여가 70%라고 해도 상한이 있어 초기 비용 부담이 크다. 인공췌장 수준의 최첨단 장비는 약 500만 원인데 우리나라는 성인 기준 170만 원의 기준 금액에서 70%까지만 지원되기 때문에 실제 환자 부담은 여전히 수백만 원대다. 여기에 소모품 비용이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간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성인 환자에게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는 일이 중요하지만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
―비용 외에 제도적인 문제도 있나.
김재현=“자동화 인슐린 주입 장치는 안전한 사용을 위해 의료진 관리가 필요한 고위험 의료기기다. 실제로 4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돼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기기를 구매한 뒤 요양비를 환급받기 위해 처방전이 필요할 뿐 실질적으로는 환자가 알아서 사고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 구조다. 원내에서 처방하고, 교육하고 추적 관리하는 체계로 편입돼야 병원 안에서 표준화된 교육·관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문선준=“여기에 교육 수가도 필요하다. 그래야 병원이 당뇨병 교육 간호사나 영양사 같은 전문 인력을 고용할 수 있고 환자도 기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래야 국민 의료비 감소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한데 지금은 그런 교육 수가가 거의 없다. 일부 병원은 1형 당뇨병 재택의료 시범사업 등으로 간신히 숨통을 트고 있지만 제도적 확대가 필요하다.”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느 정도인가.
김재현=“환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생활환경이다. 소아·청소년은 학교에서 병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고 성인도 직장 동료의 시선 때문에 식사 전 인슐린 주사를 미루거나 화장실 같은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급히 혈당을 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열심히 관리하려고 해도 사회생활과 치료가 충돌하는 순간이 많다.”
문선준=“1형 당뇨병은 만성질환이라는 이유로 당장 위험이 덜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합병증 부담이 매우 크다. 혈당 조절이 무너지면 신경병증, 망막병증, 신장 합병증 등으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도 투석 치료까지 이어진 사례를 본다.”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문선준=“성인 지원 확대다. 지금은 지원이 소아·청소년에게 집중돼 있어 성인이 되는 순간 비용 부담이 커지고 학교나 직장처럼 사회생활과 치료가 충돌하는 시기에 관리가 흔들리기 쉽다. 현재 19세 미만으로 제한된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 보장성을 모든 연령대로 넓히고 초기 구매비 상한과 본인 부담 구조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자동화 인슐린 주입 장치 접근성 확대도 필요하다. 국내에서 자동화 펌프 선택지가 제한적인 상황인 만큼 급여와 지원으로 초기 사용자 기반을 만들고 사용 경험과 데이터가 쌓이면 기업 진입과 제품 다양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김재현=“현행의 ‘구매 후 환급’ 중심 구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고위험 의료기기인 만큼 처방, 교육, 추적 관리가 묶인 치료 과정 안으로 편입돼야 한다. 요양비 환급 중심에서 요양급여 중심으로 전환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장애 인정이 되면 치료비 지원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환자가 많다.
김재현=“장애 등록 자체는 복지 제도 접근성을 넓힌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기기, 소모품, 교육 같은 실질적 비용 부담이 곧바로 줄어드는 구조는 아니다. 장애 인정은 출발점일 뿐이다.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려면 급여 구조와 관리 체계를 함께 손봐야 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