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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질 분비물로 부인암 진단 기술 제시

입력 | 2026-04-08 04:30:00

헬스케어 소식
오영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
‘비침습 정밀 진단’ 기술 선봬




오영택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오영택 고려대 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비침습적 정밀 진단 기술을 선보이며 부인암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메틸화 액체 생검을 통한 부인종양학의 정밀 진단’을 주제로 지난달 28일 대만 산부인과학회(TAOG 2026) 공식 초청 강연에서 발표됐다. 오 교수는 연구 성과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주최 측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연구의 핵심은 ‘DNA 메틸화’다. DNA에 메틸기 화학물질이 결합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기전이다. 정상 상태에서는 필요한 유전자만 선택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암이 발생하는 과정에서는 암 억제 유전자에 메틸기가 과도하게 붙는 ‘과메틸화’가 나타나며 이로 인해 유전자 조절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변한다.

오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자궁경부암 전 단계인 저등급 병변(LSIL) 환자에서 고등급 병변(HSIL)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바이오마커를 탐색했다. LSIL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호전되지만 일부는 암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고위험군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HPV 검사나 세포진 검사는 병변 존재 여부 확인에는 유용하지만 진행 위험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자궁경부 세포를 채취해 바이러스, 유전자, 미생물 등 다양한 생물학적 정보를 통합 분석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나 미생물 정보만으로는 병변의 위험도를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DNA 메틸화 패턴에서는 고위험군과 저위험군 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이를 기반으로 두 개의 핵심 유전자(KIRREL3, ADRA2A)를 바이오마커로 도출하고 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해당 모델은 정확도 94.1%를 기록했으며 검증 과정에서 고위험군을 놓치지 않아 민감도 100%를 달성했다. 민감도는 실제 위험 환자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같은 접근은 자궁내막암 진단으로도 확장됐다. 자궁내막암은 주로 비정상적인 질 출혈 이후 초음파검사와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되며 증상이 나타나기 전 조기 선별 방법은 제한적이다. 특히 자궁내막 조직검사는 통증과 출혈을 동반할 수 있어 환자 부담이 크고 검사 대상자 중 실제 암으로 진단되는 비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질 분비물을 활용한 비침습적 진단 가능성을 확인했다. 환자의 질 분비물에서 DNA를 추출해 메틸화 패턴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자궁내막암 여부를 예측하는 것이다. 총 28개의 메틸화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한 진단 모델을 구축한 결과 민감도 최대 82%, 특이도 96% 수준의 성능을 확인했다. 특이도는 정상인을 암 환자로 잘못 판단하지 않는 정도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향후 생리대를 활용한 검사 방식으로 기술을 확장해 병원 방문 없이도 일상에서 암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조기 검진 접근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 교수는 “값비싸고 침습적인 검사 대신 일상에서 부담 없이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스크리닝의 대중화’가 목표”라며 “임상 적용 확대와 상용화를 통해 여성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kinn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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