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음식평론가
K팝의 하이브리드적 방법론도 인상적이었다. 해외에서 성공을 누리는 ‘K’ 문화는 아주 전통적인 것들이 아니다. BTS의 이번 앨범은 흑인의 전유물이었던 힙합과 랩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비단 이들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K팝은 사실 다 그렇다. 서양 대중음악의 문법을 차용해 극한까지 완성도를 다듬어 우리 것으로 소화, 흡수했다.
K푸드도 다르지 않다. 치킨은 18세기 미국 남부로 끌려온 아프리카 노예의 음식이었다. 이를 1950년대 켄터키주의 샌더스 대령(KFC 창업자)이 대중화시켰고, 1977년 국내에 치킨 프랜차이즈가 출범했다. 1980년대 초반 고추장과 물엿에 양식 재료인 케첩을 섞어 만든 양념으로 탄생한 K치킨은 오늘날 해외로 역수출된다. 식어도 부드럽고 맛있게 먹기 위한 묘안이 차별화의 열쇠가 됐다.
광고 로드중
이 같은 패턴으로 본다면 K팝을 통해 K푸드의 다음 행보를 예측해 볼 수 있다. 현재 인종과 국적의 경계를 넘어선 그룹들이 K팝의 기치 아래 활약하고 있다. 벨기에, 브라질, 인도, 미국 국적의 멤버로 구성된 그룹 블랙스완이 한국의 연습생 시스템을 거쳐 데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국어로 노래한다. XG, 캣츠아이(KATSEYE) 역시 한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 등장해 K팝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같은 패턴을 적용해 보자. 라면과 김밥에 매료된 외국인이 한국에서 분식집을 개업한다면, 이는 K푸드의 세계화가 거의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다음 단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독일·영국 이중국적 판소리꾼 안나 예이츠 서울대 국악과 교수, 카메룬계 프랑스인 소리꾼 마포 로르가 좋은 예다. 외국인이 가장 전통적인 한국 음악으로 한국에서 ‘신기하다’는 시선 이상의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치와 불고기, 된장찌개와 평양냉면 같은 전통 한식으로 한국에서 인정받는 외국인 셰프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음악보다 음식에 더 보수적이다. 외국인이 전통 및 정통 한식당을 서울에 차릴 경우 우리는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건 우리의 맛이 아니야’라며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우리가 마음의 장벽을 넘어 이런 변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한식의 세계화는 비로소 완성된다.
이용재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