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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인상 내몰리는 자영 주유소…“수급 보장안돼 재고라도 남겨야”

입력 | 2026-03-31 19:43:00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2026년 추경 예산안’을 의결했다. 추경안은 최고가격제와 나프타 수급 위기 대응을 위해 5조원의 예비비를 편성해 정유사 손실분을 보전하며 나프타 위기 대응에 5000억원, 유류비 예산 부족분 대응 명목의 3000억원 등 중동 상황 장기화에 대응하는 예산을 편성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주유소의 모습. 2026.3.31 (서울=뉴스1)

“1차 최고가격 땐 어떻게든 가격을 낮췄지만 이제 더는 못 버팁니다.”

강원도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 씨가 3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1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달 7일 L당 1860원, 1930원대에 휘발유와 경유를 들여왔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1차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L당 1770원, 1750원대에 판매했다. ‘역마진’이었지만 주유소 관련 여론과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렸다. A 씨는 “2월 수익으로 최근 손해를 버텼다”며 “지난달 27일 2차 석유가격제 시행 이후엔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 “직영보다 못 낮춰” 가격 올리는 자영

최고가격제 시행이 3주 차에 접어들면서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가 정유소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영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오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초 체력’이 약한 곳부터 고유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3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30일 전국 자영 주유소의 경유 평균 가격은 L당 1878.27원으로, 직영 평균 가격(1773.95원)보다 약 104원 더 비쌌다. 이달 중순 차이가 L당 4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격차가 커졌다. 휘발유 역시 이날 자영 평균 가격(1885.30원)이 직영 평균 가격(1798.39원) 대비 약 86원 비쌌다. 이 역시 가격 차가 20원대에서 더 커지는 추세다.

이날 자영 주유소 사장들은 “더 이상 직영만큼 낮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유소가 석유를 판매하며 붙이는 마진에는 카드수수료와 인건비, 공과금 등 다양한 운영 비용이 포함되는데 최고가격제 시행이 장기화되며 가격 경쟁을 버티는 게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서울에서 자영 주유소를 운영하는 B 씨는 “가격을 아무리 깎아도 직영 주유소보다 더 낮게 가격을 맞출 순 없다. 손님들은 단돈 10원이라도 가격이 낮은 직영으로 몰려가는 상황”이라며 “카드수수료를 내고 직원들 월급이라도 주려면 차라리 판매량을 포기하고 가격을 높이는 게 낫다”고 전했다.

●재고 지키려 가격 높이기도

서울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이 지속 상승하며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하고 있는 3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2026.3.31 ⓒ 뉴스1

석유 수급 역시 직영 주유소가 원활하다. 직영 주유소는 석유류를 정유사에서 100% 공급받는다.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면서 정유사는 주유소에 지난해 같은 기간 이상으로 석유를 공급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반면 자영 주유소는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위해 정유사 외 유통대리점에서 기름을 받던 곳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지난해만큼 기름을 줄 수 없다”고 통보하는 대리점이 늘고 있다. 정유사가 전년 동월 대비 같은 양을 공급하더라도 자영 주유소가 공급받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든 것이다. B 씨는 “정유사들은 한 달 단위로 물량을 공급해준다”며 “자영 주유소는 다음 최고가격이 산정된 이후 공급가가 높아진 이후에나 재고를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기름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높이는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 자영 주유소를 운영하는 C 씨는 “가게를 닫아버리면 매점매석이라고 단속이 들어올까봐 가격을 올려 재고 소진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비축유를 푸는 등 시장 공급량을 늘릴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C 씨는 “기름이 다시 들어올 것이란 보장이 있으면 지금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31일부터 정유사가 대체 원유를 확보하면 해당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기 전이라도 비축유를 빌려주는 ‘비축유 스왑’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30일 서울 광진구의 한 자영 주유소를 불시 점검한 결과를 공유하며 “지금은 각자의 이익을 앞세울 때가 아니라, 공동체의 신뢰를 지켜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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