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이른바 ‘전세계’라는 활동명으로 마약을 유통했던 박왕열 씨가 25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3.25. 인천공항=뉴시스
25일 오전 필리핀에서 국내로 송환된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48)에 대해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박왕열은 이날 오전 7시 16분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호송팀에 양팔을 붙잡힌 채 모습을 드러낸 그는 검은색 야구모자를 눌러쓴 차림이었다. 수갑을 찬 손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고, 반소매 카디건 사이로 양팔의 문신이 드러났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입국장 밖을 나섰다. 그러나 정작 ‘마약 유통 혐의를 인정하냐’ 등 취재진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박왕열은 필리핀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필리핀에서 복역하던 중에도 텔레그램에서 ‘전세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국내에 마약 유통 조직을 꾸리고 대규모의 마약을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22년 필리핀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가 인정돼 장기 60년 형을 받고 뉴 빌리비드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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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필리핀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박왕열과 함께 한국인 3명을 살해한 공범 김모 씨는 2017년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박왕열은 이에 대해 “(과거로 돌아가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살인죄는 필리핀에서 유죄가 확정돼 국내에서 다시 수사받지 않고, 국내 마약 유통 혐의에 대해서만 조사하게 된다. 박왕열에게서 마약을 공급받아 국내에 유통한 이른바 ‘바티칸 킹덤’ 이모 씨(31)는 2021년 징역 10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수사 경과에 따라 임시 인도 형태로 송환된 박왕열이 더 오래 한국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이지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은 이날 “원칙적으로 국내 수사와 재판이 종결되면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기간을 복역해야 하지만, 필요하면 필리핀과 협력해 임시 인도 연장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조승연 기자 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