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 씨 이야기’ 중
박혜겸 2026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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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우박이 떨어지던 날, 여느 날처럼 인정사정없이 걷고 있던 좀머 씨를 주인공의 아버지가 불러 세운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차 안에서 평소보다 훨씬 가까이에서 좀머 씨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말한다. 그러다 죽겠다고, 차에 타라고. 그러자 좀머 씨가 말한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죽게 내버려두라는 걸까. 아니면, ‘나도 정말 그것이 두려워 이렇게 걷고 있으니 날 내버려두’라는 걸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졌다. 그저 좀머 씨가 너무 슬펐다. 그는 매일매일 몇 시간이나 걸었지만, 결국 자신이 떠나고 싶었던 그 무언가로부터 떠나지 못했다. 그것은 그의 끝없는 걸음이 반증한다.
그러나 이것이 나의 성장을 증명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람은 때로 너무 고통스러워서 어딘가에 매몰되어야만 할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뿐이다. 매몰된 것은 빠져나오기 위한 발버둥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그가 여전히 어디선가 이토록 걷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어찌할 도리 없이 그를 그냥 놔두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내가 가늠할 수 없는 노력일 테니 말이다. 그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외치지 않아도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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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겸 2026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