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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네시아, SKT AI DC·오픈칩 등 국내외 전략적 협업 통해 글로벌 시장에 ‘발돋움’

입력 | 2026-03-05 11:33:00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 산업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바르셀로나 2026(MWC 2026)’이 지난 2일 개막했다. 1월 초 개최되는 CES가 소비자 가전을 위한 자리라면 MWC는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을 위한 자리다. MWC 2026은 전 세계 205개 국가에서 2800여 개 기업이 참여하며 우리나라는 참가 국가 중 네 번째로 많은 182개 기업이 현지를 찾았다. 국내 주요 통신 3사인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도 참가하고, 97개의 중소기업과 90여 개 스타트업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벡 바드리나스(Vivek Badrinath)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의 사무총장이 MWC26 바르셀로나 기조연설을 진행 중이다 / 출처=GSMA


앞서 MWC는 통신사들의 축제라 할 만큼 통신 기업들의 각축전이었지만, 코로나 19 이후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자율주행과 AI가 대두되며 퀄컴, Arm, 인텔 등 통신 칩 제조사가 반도체를 공개하는 자리로 떠올랐다. 2024년에서 2025년은 생성형 AI를 바탕으로 인프라와 칩의 중요성이 훨씬 높아졌고, 올해는 지능형 연결(The IQ Era) 주제로 앞세워 단순 칩 설계를 넘어 반도체 소재, 유리 기판, 차세대 패키징까지 다양한 반도체 기술들이 대거 전시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CES가 일반 소비재를 다루는 한계에 부딪히며 MWC가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국내 주요 AI 반도체 기업으로는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딥엑스, 모빌린트가 별도로 부스를 차렸으며, 김장우 망고부스트 대표와 오진욱 리벨리온 CTO가 연단에서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AI 반도체 기업은 아니지만 관련 업계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기업은 AI 인프라 링크 설루션 기업 파네시아(Panmnesia)다.

파네시아, 데이터센터는 물론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과도 협력

현재 모든 AI 데이터센터는 수만 개의 그래픽 처리 장치를 병렬 컴퓨팅으로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사용한다. 엔비디아는 이를 ‘가속컴퓨팅’으로 지칭한다. 엔비디아 그래픽 처리 장치는 NV링크라는 독자적인 연결 기술을 활용해 연결되지만 CPU와 메모리, 저장장치 등은 PCIe 규격으로 연결되는 형태다. 네트워크 스위치를 거쳐 연결될 경우 지연 시간도 길고 데이터 처리량도 통신 속도를 넘을 수 없다. 연산 처리 성능은 높지만 연결 규격의 제약으로 인해 성능의 한계나 병목이 발생하는 구조다.

파네시아는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포트기반 라우팅을 지원하는 PCIe 6.4/CXL 3.2 패브릭 스위치 실리콘을 발표한 바 있다 / 출처=파네시아


파네시아가 올해 1월 출시한 PCIe 6.4/CXL 3.2 스위치와 PCIe 6.4/CXL 3.2 컨트롤러는 서버 간 연결 지연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파네시아는 2022년 8월 설립돼 CPU와 GPU, NPU 등 모든 처리 장치를 하드웨어적으로 연결하는 인터커넥트 기술을 개발 중이다. 특히 네트워크 스위치 등을 통한 연결이 아닌 CXL을 통한 포트 기반 스위치로 연결하므로 제조사 간의 격벽을 넘어 하나의 장치처럼 연결할 수 있다.

좌측부터 이재신 SKT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조용진 파네시아 CPO, 정명수 파네시아 CEO, 정석근 SKT AI CIC장, 정민영 SKT AIDC 솔루션 담당 / 출처=파네시아


파네시아(Panmnesia)는 이 기술을 활용해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부문에서 협력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기공식을 개최하고 2027년까지 1차로 40메가와트, 2029년까지 총 7조 원 이상을 투입해 103메가와트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약 6만 개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가 배치되며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AI 전용 데이터센터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이 데이터센터의 장치 간 연결에 파네시아의 CXL 기반 설루션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SK텔레콤과 파네시아가 구축할 CXL 기반 AI 랙 개요도 / 출처=파네시아


이번 협력을 바탕은 양사 모두에 큰 이점을 가져다준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가동률과 투입 인프라 대비 효율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오늘날 AI는 연산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경쟁력인 만큼 SKT의 AI DC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례가 될 수 있다. 파네시아 입장에서는 자사 기술을 대형 데이터센터에 실제로 접목하는 매우 중요한 도입 사례를 확보해 추후 다른 AI 데이터센터 계약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IT를 포함한 거의 모든 분야의 사업자들은 도전적인 신규 기술보다는 검증되고 정량적으로 검토 가능한 설루션을 원한다. 파네시아 같은 신규 기술 기업은 성공적인 도입 사례가 없다면 사업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데, SK텔레콤이 전적으로 협력하고 나선 것이다. 양 사는 서버 환경에서 GPU, 메모리 활용률, 지연 시간, 처리량 등을 검증한 뒤 올해 안에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용 아키텍처를 공개한다. 완성된 아키텍처는 향후 대형 AI 데이터센터에서 실증 단계를 거쳐 상업 운전에 들어간다.

AI DC 뿐만 아니라 RISC-V 등 차세대 반도체 시장과도 결연

파네시아는 하루 뒤인 3월 5일, 유럽의 고성능 컴퓨팅 애플리케이션 가속기 칩 설계 기업 오픈칩(Openchip)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오픈칩은 유럽의 애플리케이션 및 시스템 설계, 통합 운영 기업 GTD와 BSC(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 센터)의 합작 투자로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라이선스 비용 없이 누구나 설계 및 판매할 수 있는 하드웨어 설계 방식인 RISC-V(리스크 파이브) 기반의 풀스택 프로세서를 개발 중이다.

좌측부터 조용진 파네시아 CPO, 정명수 파네시아 최고경영자, 세스크 귀임 오픈칩 최고경영자, 가스파르 모라 오픈칩 CTO / 출처=파네시아


기존의 x86, Arm 설계는 인텔, Arm 등 특정 회사가 소유권을 가졌으며 이용 시 라이선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RISC-V는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고, 재판매나 설계 변경도 자유롭다. 특히 소프트웨어를 구성할 때 벡터 길이를 알 필요가 없고 하드웨어 사양에 맞춰 자동으로 최적화된다. 단점으로는 RISC-V 설계 엔지니어가 희소한 탓에 설계 비용 자체가 굉장히 비싸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는 한계가 있다.

오픈칩은 이름과 마찬가지로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본사가 위치한 스페인을 비롯해 이탈리아, 폴란드, 벨기에,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에서 300여 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이들의 프로젝트는 유럽위원회로부터 공동 이익의 중요 프로젝트(IPCEI)로 인정받았으며 유럽 전역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독립, 반도체 분야의 소버린 AI(주권 AI) 실현과도 맞닿아있다.

유럽 DARE(Digital Autonomy with RISC-V in Europe)는 38개 기술 기업과 연구 기관이 함께 유럽의 슈퍼컴퓨터 및 AI용 고성능 칩을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 출처=율리히 슈퍼컴퓨팅 센터


가능한 많은 하드웨어 업체와 협력을 맺어야 하는 파네시아 입장에서 오픈칩과의 협력은 큰 의미가 있다. 오픈칩은 유럽의 기술 기업 38곳이 참여해 슈퍼컴퓨터 및 고성능 컴퓨팅 용으로 활용할 반도체를 만드는 DARE(Digital Autonomy with RISC-V in Europe) 프로젝트에서 RISC-V 기반 핵심 연산 장치인 벡터 가속기(VEC)의 개발을 담당한다. 또한 오픈칩의 모체가 BSC인 만큼 슈퍼컴퓨터에 대한 적용 가능성도 충분하다. 오픈칩과의 협력은 곧 유럽산 슈퍼컴퓨터의 중추 기업과 함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픈칩의 RISC-V 기반 제품 로드맵 / 출처=오픈칩


또한 오픈칩은 RISC-V를 기반으로 일본 NEC와 PCIe 기반의 벡터 처리 가속기인 VPU도 개발 중이다. 기존 서버에 꽂으면 RISC-V 기반으로 벡터 연산 성능을 더하는 제품이다. 이 제품 역시 RISC-V 기반이어서 기존 x86 기반 시스템과의 호환성이 높다고 볼 순 없는데 여기에 파네시아 기술을 도입해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점쳐볼 수 있다. RISC-V의 설계가 자유롭다는 장점은 있지만 소프트웨어가 파편화되어 있고 생태계 및 확장성이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분에서 파네시아의 포트 기반 스위치가 마스터키가 될 가능성이 있다.

MWC에서 많은 성과 거둔 파네시아, 글로벌 시선 집중될 듯

최근 AI 반도체 업계의 쟁점은 도입사례(레퍼런스) 확보다. AI 업계가 빠르게 발전하다보니 가능한 실수 없이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검증된 인프라를 도입하는 것이 곧 위험요소 회피인 셈이다. 많은 하이퍼스케일러와 슈퍼컴퓨터가 엔비디아 제품을 우선하는 것도 오랜 기간 검증된 덕분이다. 결국 첫 도입사례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거의 모든 국가가 자사에서 만든 제품에 세금이나 자체 인프라를 투입해 검증을 돕고 있다.

그런데 파네시아는 이번 MWC를 통해 국내 대기업과의 협력 사례 확보를 거두는 것은 물론 유럽 기술독립의 주축에 있는 오픈칩과의 전략적 협업 관계까지 구축했다. 파네시아의 기술력과 제품이 글로벌 기업들 입장에서는 선점해야 할 기술로 취급받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부터는 여러 도입사례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도입 사례를 만드는 과정이 남았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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