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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줄어드는 현금 사용… “이제 ‘엄카’ 안 쓰고 내 카드 만들래요”

입력 | 2026-02-28 01:40:00

[위클리 리포트] 초등학생 체크카드 풀린다
대다수 학생들 현금 대신 카드 결제… 저가 잡화점-편의점 등서 많이 사용
올해 미성년자 카드 발급 규제 완화
만 7세부터 체크카드 발급 가능해져… 만 12세 이상부턴 신용카드 쓸 수도
소비 관리 능력 부족해 과소비 우려… 카드-앱으로 자산 관리 교육하기도




《“초등생도 4월부터 체크카드 써요”

이르면 4월부터 12세 미만 어린이도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미성년자 후불 교통카드 이용 한도는 월 10만 원까지 늘어난다. 충동 소비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있지만, 금융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요즘 현금 들고 다니는 아이는 거의 없어요.”

25일 낮 12시 반경 서울 강남구 대치 사거리 인근의 한 편의점. 사교육 중심지 대치 학원가를 오가는 10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편의점에서 만난 직원 김성수 씨(36)는 현금을 보기 힘들다고 했다. 편의점은 점심 식사 뒤 간단한 간식과 필기구를 사려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중고등학생들은 부모님 신용카드나 청소년도 발급받을 수 있는 선불카드로 결제했다.

겨울방학 기간 지방에서 올라와 대치동에서 특강을 듣는 이은비 양(17)은 “선불카드는 보통 카페나 편의점에 갈 때, 신용카드는 학원비나 병원비를 결제할 때 쓴다”고 말했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은 일부 청소년용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제외하면 신용카드를 쓸 수 없다. 12세 미만 아이들은 체크카드도 발급받을 수 없다. 시중에서는 현금 대신 카드 사용이 점점 늘고 있지만 규제 탓에 자기 명의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다.

올해부터 이런 불편이 사라진다. 12세 이상 아이는 신용카드를, 12세 미만 아이들에게도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히면서다.

● ‘중고생 신용카드’ 이어 ‘초등생 체크카드’ 풀린다

27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체크카드 발급 나이를 기존 12세 이상에서 7세 이상으로 낮추고 12∼17세용 체크카드 후불교통카드 한도를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늘리는 안을 다음 달까지 금융 당국에 보고한다.

앞서 금융 당국은 지난달 중고등학생들도 자신의 이름으로 된 가족카드를 발급받아 쓸 수 있도록 신용카드 발급 가능 나이를 낮춘 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신용카드와 달리 체크카드 발급 나이의 경우 여신 금융업법이나 여신금융협회 자율규제 등에 관련 규정이 없다. 따라서 카드사들은 그간 법적으로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연령인 12세 이상부터만 체크카드 발급을 허용했다.

하지만 별도로 규정이 없었던 만큼 올해 4월경 12세 미만인 초등학생들도 체크카드를 발급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세 이상인 중고등학생들은 신용카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이렇게 제도를 바꾸는 이유는 현금 사용이 줄고 있어서다. 아이들 사이에서 현금 결제는 보기 힘들어졌다. 경기 과천시에 사는 중학교 2학년생 이준희 군(14)은 “현금보다 엄마 카드를 많이 쓴다”며 “지갑에 ‘엄카’, 내 명의로 발급받은 청소년용 선불카드, 시에서 나온 버스비 환급 카드를 들고 다닌다”고 소개했다.

실제 지난해 신용카드 비교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미성년 자녀를 둔 학부모 1699명에게 용돈을 어떤 방식으로 주는지 묻자 1363명(80.2%)이 체크·선불·가족카드나 부모 명의 카드로 준다고 답했다. 현금을 준다고 답한 학부모는 5명 중 1명꼴(19.8%)에 그쳤다. 학부모 정혜영 씨(43)는 “아이가 저학년일 때는 현금을 줬는데 카페에서 현금을 안 받는다고 해서 선불카드를 만들어줬다”고 했다.

중고등학생 카드가 확대되며 ‘현금 없는 사회’에서 경제 생활을 시작한 세대가 카드 소비자로 본격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현금 지출 비중이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경제주체별 화폐사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0대와 70대 이상의 현금지출 비중은 각각 20.8%, 32.4%지만 20대와 30대는 각각 14.7%, 14.3%였다. 이런 흐름이 10대에 더 뚜렷해질 수밖에 없다.

● 중고생 월평균 용돈 15만 원

학생들은 실제 카드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취재팀은 NH농협은행이 2021∼2025년 중고등학생 체크카드 결제 데이터 약 5억 건(연평균 1억 건)을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학생들의 소비 특성을 확인해봤다. NH농협은행은 금융·카드·유통데이터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한국 중고등학생들 연간 평균 결제 금액은 174만4000원이었다. 용돈은 매달 14만5000원꼴이었다. 4년 전인 2021년(12만7000원)에 비해 조금 늘었다.

지난해 결제액 비중이 가장 높았던 업종은 전자상거래(20.4%)였다. 주로 게임 머니, K팝 아이돌 굿즈 등을 많이 구매하는 편이다.

이어 음식점(15.3%), 편의점(12.7%)에서 결제액 비중이 높았다. 학원 수업 전후 식사나 간식 시간을 음식점이나 편의점에서 보내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평균 식비는 건당 1만5100원, 편의점에서는 건당 4100원씩 결제됐다. 매점·슈퍼마켓(4.4%), 커피숍(4.2%), 제과점·아이스크림점(1.4%) 등 먹거리 관련 업종을 합한 비중이 40.8%였다.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선 올리브영·다이소 등 일반 잡화점의 인기도 갈수록 늘고 있다. 올리브영에서 오프라인, 온라인을 합친 고등학생의 연평균 결제액은 2021년 9만1000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약 1.5배인 15만5000원으로 늘었다.

최근 다이소는 어른들 못잖게 청소년들에게도 인기다. 소액으로 화장품이나 액세서리를 사며 만족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쇼핑 문화 속에 청소년은 친구와 잡화점 쇼핑을 즐긴다. 중학교 2학년인 이연이 양은 “친구들 생일 때마다 주로 올리브영에 가서 틴트를 산다”며 “아이돌처럼 입술을 예쁘게 꾸밀 수 있는 틴트가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는 서점 결제 건수가 2배가량 는다. 12월 겨울방학 기간에는 영화관 결제 건수가 증가한다. 고등학생의 경우 수능을 마친 뒤 운전면허를 따는 경우가 많아 자동차학원이 소비 증가 업종 1위를 차지했다.

7∼12세 초등학생 소비 패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카카오뱅크가 이들의 선불카드 이용 명세를 확인해 보니 결제 건수는 편의점, 잡화 판매점, PC방, 문방구점, 기타식품 순으로 많았다.

● “충동 소비 우려” vs “청소년 금융교육에 도움”

‘미성년자 가족카드’는 5년 전부터 시범적으로 일부 사업자만 운영됐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5월부터 중고등학생 자녀들이 건전한 금융거래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혁신 금융 서비스 사업자만 신용거래 기능을 가진 청소년 가족카드를 발급하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12세 이상은 부모가 신청하면 신용카드를 받을 수 있다.

경제관념이나 소비 관리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에게 신용카드 발급을 확대하는 것은 어린 나이부터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일단 쓰면 카드값은 부모님이 갚아 준다는 생각으로 구매를 반복하면 너무 쉽게 소비하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며 “교사가 주축이 된 청소년 금융거래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절제한 소비를 우려해 자녀의 카드 사용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부모들도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김재윤 씨(46)는 아직 자녀에게 카드를 만들어주지 않았다. 김 씨는 “원하는 것을 곧바로 결제해 얻는 잘못된 습관이 들지 않도록 필요한 게 있을 때만 용돈을 주거나 직접 사주고 있다”고 밝혔다.

카드 결제를 금융교육 수단으로 활용하는 부모들도 있다. 어린이·청소년 금융 플랫폼 아이쿠카는 신분증이 없는 아이들도 네이버 아이디만 있으면 실물 용돈카드를 만들 수 있다. 부모는 실시간으로 자녀의 사용 내역을 확인하고, 사용 제한 업종과 일일 한도를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인천에 사는 최모 씨(43)는 “아이가 스스로 목표 금액을 설정해 모으도록 하고, 소비할 때마다 100원 단위 잔돈이 자동 저축되는 기능으로 저축 습관을 기르게 하고 있다”며 “이런 서비스는 단순히 돈을 쓰는 방법뿐 아니라 자산 증식을 계획하고 기다리는 과정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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