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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교섭’ 노란봉투법 2주뒤 시행… 춘투대란 현실화 우려

입력 | 2026-02-25 04:30:00

정부, 시행령-해석지침 최종 확정
하청노조, 원청 교섭 요구 벌써 빗발… “갈등 심한 조선-철강, 전쟁터 될 것”
정리해고-구조조정 때도 파업 가능
“법 적용 모호… 소송 난무” 전망도




다음 달 10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을 2주 앞두고 정부가 법 적용의 기준이 되는 시행령과 해석 지침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수백 개의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무한 쪼개기 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기업의 정리해고·구조조정에 대해서도 파업이 가능해졌다.

벌써부터 원청 기업을 대상으로 하청 노조들의 교섭 요구가 빗발치면서 3월 이후 산업계 전반에 대규모 춘투(春鬪)가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3월 10일부터 ‘쪼개기 교섭’ ‘정리해고 파업’ 가능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노란봉투법 시행령을 의결하고 해석 지침을 발표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다수일 때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되, 하청 노조 간에 이해관계나 특성이 다르면 원청 사업자와 따로 교섭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개별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또 해석 지침에는 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려면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의 인력 운용과 근로 시간, 작업 방식 등을 결정하며 ‘구조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계의 반발을 반영해 이 ‘구조적 통제’ 요건이 파견 근로자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하는 ‘불법 파견’보다 상대적으로 완화됐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해석 지침이 사실상 하청 노조와 원청 간의 교섭 범위를 더 넓혀준 셈이다.

아울러 기업의 해외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상 결정도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등 인력 조정이 이뤄지면 파업 대상이 된다. 정부는 해석 지침에 일상적인 인력 조정이 아니라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 전환’임을 명시해 현장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합병이나 매각 등은 구조조정을 수반할 때가 많아 사실상 파업 길을 터주고,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 석유화학산업의 체질 개선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원청과 직접 교섭”… 빗발치는 노조 청구서

산업 현장에서는 시행령과 해석 지침 확정에도 법 적용의 모호함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모두 반발하고 있어 판례가 쌓일 때까지 노사 간 소송이 난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경영계는 “사용자 범위가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위하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 없이 시행령이 의결됐다”는 반응이고, 노동계는 “교섭창구 단일화가 유지돼 노동자의 교섭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을 2주 앞두고 하청 노조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국GM 세종물류센터 소속 하청 노동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대전충남지부 GM부품물류지회는 지난달 초 한국GM을 상대로 부당해고 철회 및 물류센터 직영화를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였다.

한화오션과 HD현대,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 하청 노동자로 구성된 각 회사 사내하청지회도 최근 원청 기업에 공동으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성과급 차등 지급과 배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금속노조 조선하청 4개 지회도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하청 동일 성과급 지급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한국타이어 사내하청지회는 “설비도 원청의 것이고 임금도 원청이 결정하니 진짜 사장은 한국타이어”라며 임금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통적으로 노사 갈등이 심한 조선, 철강 등의 산업 현장은 물론이고 공공 부문까지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전쟁터’가 될 수 있다”며 “혼란을 줄이려면 정부의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5일부터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설치해 교섭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놓을 방침이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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