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애진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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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피려면 한 달 넘게 남았지만 관가에서는 ‘벚꽃 추경’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것이란 관측이 분분한 가운데, 그 시기와 규모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것이다. 이달 초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추경 편성에 대해 “현재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벚꽃 추경설은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때 이른 추경에 불을 붙인 건 이재명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화예술 분야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추경을 처음 언급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올해 본예산(727조9000억 원)을 집행하기 시작한 지 보름 만이었다. 청와대는 즉각 “원론적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이 대통령은 1월에만 추경을 6차례 언급했다. 재정이 추가로 필요한 분야로는 국세체납관리단 확대, 창업 지원 등을 거론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3∼5월 사이 10조 원대의 추경이 편성될 거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그룹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이르면 3월 10조 원 규모의 재정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나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가 5, 6월경 14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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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국채를 최대한 발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 한국 경제에 추경이 꼭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한국개발연구원(KDI·1.9%)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도 비슷하다. 모두 올해 잠재성장률(KDI 추정 약 1.6%)을 웃도는 수치다. 청년들의 고용 여건이 나쁘고 건설 경기 회복이 더딘 점 등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여전하지만 경기 침체 상황으로 보긴 어렵다. 이달 11일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도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률이 예상돼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은 필요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의 요건을 대규모 재해가 발생했거나 경기 침체, 대량 실업 같은 중대한 변화가 발생 또는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최근 10년간 추경을 편성하지 않은 해는 2023, 2024년뿐이다. 사실상 거의 매년 상시적으로 추경이 편성됐다. 고령화 같은 구조적 요인에 따른 의무 지출 증가와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겹치면서 올해 나랏빚은 사상 처음 1400조 원을 넘길 예정이다. 추경을 이용한 ‘단기 처방’을 반복할 여력을 아껴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등의 ‘장기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주애진 경제부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