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 남과 비교하는 부모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언젠가 밥을 같이 먹었던 친구의 딸은 포크질을 잘했다. 그래서 칭찬을 해줬다. 그 애는 우리 아이보다 한 달 늦게 태어났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포크로 뭘 집기만 하면 자꾸 흘렸다. 실수하는 아이를 보니 불현듯 그 친구네 아이가 떠오르면서 비교하게 된다. 대놓고 “야, 누구누구는 너보다 한 달이나 늦게 태어났는데…”라고는 안 하지만, 우리 아이가 열등하다는 생각이 들어 견디기 힘들다. 왜냐하면 열등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의식적으로 구체화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아이가 앞으로 많은 경쟁에서 제대로 못 해낼 것 같고, 제대로 못 해냈을 때 부모로서 내가 언제까지 뒷바라지하고 책임을 져야 하나 하는 막중한 부담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으이구, 몇 살인데 포크질도 제대로 못 하니?” 하면서 화가 나는 것이다.
첫아이일 경우 더 심해진다. 첫아이 때는 육아에 대해 온통 모르는 것뿐이다. 그래서 첫아이는 열이 나서 보채면 무섭고 눈물부터 난다. 책이나 병원에서도 아이가 열이 나면 좀 보챌 수 있다고 했지만, 직접 경험해 본 적이 없으면 당황스럽다. 그런데 둘째 때는 열이 좀 나도 아이를 안고 마냥 울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이가 보채면 “열 나서 그래. 열 떨어지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해 줄 수 있게 된다. 아이가 똑 부러지게 하는 것을 바라는 것도 그와 같다. 그래서 첫아이에게는 더 심하게 군다. 똑 부러지게 제대로 하기를 더 많이 요구한다.
광고 로드중
‘똑바로’, ‘제대로’ 하라는 것은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조금 큰 아이들한테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하는 말 중 하나가 “하려면 제대로 하고, 제대로 안 할 거면 하지 마”이다. 아이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제대로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로 잘하지 못하면 할 필요가 없구나’라고 생각한다. 아예 시도조차 안 하려고 든다. 결과보다는 열심히 하는 과정을 칭찬하고 독려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너 똑바로, 제대로 못해?”라는 말을 듣고 크면 스스로 ‘나는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 ‘나는 잘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라고 생각하게 될 위험이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접한 글들을 보면 부모들은 불안해진다. 세상에는 뛰어난 아이가 많은데 우리 아이만 못하는 것 같다. 부모는 불안해지면 극성스러워지고 아이를 달달 볶게 된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에서 똑똑해 보이는 아이, TV에 나오는 아이, 혹은 동네 ‘엄친아’라고 소문난 아이에 대해 우리가 모든 부분을 아는 것은 아니다. 그 아이의 일부만 보고 우리 아이와 비교한다. 총체적인 한 사람과의 비교가 아니라, 각 부분을 떼어 부분마다 굉장히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 아이는 언제나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똑 부러지게 제대로 못할 때 내가 자꾸 화가 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의 기준을 점검하는 일이다. 만약 내 기준이 그리 높지 않다면 다음으로는 아이를 점검해야 한다. 아이가 계속 또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내가 아이를 지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지, 아이에게 무슨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어쩌다 또래만큼 못 해내는 것은 괜찮다. 지속적으로 못한다면 아이에게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부모는 적극적으로 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