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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찬스로 청년기에 집 산 친구, 월급으론 평생 못 따라간다

입력 | 2026-02-19 11:20:00

보건사회연, 정책과제 보고서
대물림-청년기 부동산 보유가 자산 격차 불러…지속적 우위
사회 첫발부터 생활비 마련 위해 빚지면 하위계층 머물러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모습. 2024.08.27 뉴시스


청년기 부동산 보유 여부와 부모에게 물려 받은 재산이 평생의 자산 수준을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만으로는 이같은 자산 격차를 좁히기 어려워 앞으로 계층 간 불평등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자산 격차 요인 분석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에게 상속이나 증여를 받았거나 대출 등으로 일찍 내 집을 마련한 집단은 꾸준히 자산 상위층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가계금융복지조사와 한국복지패널 자료를 활용해 자산 유형별로 집단을 나눈 뒤 2007년 기준 청년층(17~34세)의 자산 구성이 2023년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 한국의 자산 불평등은 ‘부동산’과 ‘대물림’을 중심으로 굳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가 부동산을 보유하고 부채가 많은 집단일수록 자산 증식 규모가 컸다. 반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생계를 위해 빚을 지거나 무주택으로 출발한 청년들은 시간이 지나도 자산 하위 계층에 머무는 경향이 뚜렷했다. 보고서는 “부모에게서 상속이나 증여를 받았거나, 대출을 받아 일찍 부동산을 마련한 집단은 이후에도 자산 축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우위를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도 한국의 계층별 자산 격차는 두드러졌다. 상위 10%의 자산 비중은 덴마크, 일본보다 높았고 하위 50%의 자산 비중은 더 낮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최근까지 국내 상위 10% 자산가의 자산 점유율은 6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지면서 이같은 불평등 구조가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에는 교육과 취업 등을 통해 근로소득을 높이고 자산 격차를 줄일 통로가 그나마 열려 있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 격차를 줄일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이 나올 가능성이 있었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자산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선ㄴ 부동산 중심의 자산 축적 구조와 상속 및 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비정규직, 저학력자 등 취약 계층을 위한 맞춤형 자산 형성 지원 정책과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성아 보사연 연구위원은 “자산 격차는 단순한 불평등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과도 직결된다”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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