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화이트와인-사케 수입 증가 화이트와인 수입량 24% 늘어 세계 레드와인 생산량 감소 속… 가성비 제품 늘며 소비자 수요↑ 일본 사케, 불매 충격 딛고 인기 엔저현상 속 가격 경쟁력 갖춰… 주류 소비 위축에도 성장세 주목
와인은 ‘레드’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투명한 술이 인기를 끌면서 화이트와인 수입량은 역대 최대다. 일본 사케도 덩달아 인기다. ‘술을 덜 마시는 문화’의 확산 속에서 부담 없고 가벼운 한잔을 찾으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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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업계에서는 국내 와인 소비 트렌드 변화를 한식과의 ‘페어링 궁합’ 때문으로 해석한다. 와인 수입업체 아영FBC 관계자는 “최근 국내 소비자들이 미식에 대한 경험을 중시하면서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찾는 문화가 정착됐다”며 “이 과정에서 탄닌(떫은맛)이 적고 산도가 높아 화이트와인이 맵고 짠 양념 음식이나 쌀밥 위주의 한식과 잘 어우러진다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이트와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김모 씨(31)는 “레드와인은 보디감이나 탄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데, 화이트와인은 좀 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숙취를 피하려는 사람들 중에는 레드와인보다 화이트와인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2024년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는 레드와인 속 항산화 성분인 퀘르세틴이 알코올 대사를 방해해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되는 등 서구권에서는 레드와인을 마신 후 숙취가 더 심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모 씨(34)는 “최근 가족 모임에서 분위기도 내고 맛있는 술을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중시) 있게 즐기고 싶어 백화점에서 와인을 구매해 콜키지 프리 식당을 이용했다”며 “다음 날 출근하기도 부담스럽지 않아 요새는 주로 화이트와인을 즐겨 마시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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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이트와인 소비가 늘면서 뉴질랜드산 쇼비뇽 블랑 등 합리적 가격의 제품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편의점 등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오이스터베이 쇼비뇽 블랑’ ‘라파우라 스프링스’ ‘오이스터베이 스파클링 뀌베 브뤼’(왼쪽부터). 아영FBC·금양인터내셔날 제공
● 엔저-일본 여행 증가에 사케 수입 늘어
사케 역시 한식과의 페어링을 앞세우며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일본 주류 유통 전문업체 ‘니혼슈코리아’가 지난해 ‘사케와 한식의 페어링’을 주제로 진행한 시음회는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김정한 니혼슈코리아 영업부장은 “한국에서 사케는 주로 일식하고만 페어링이 되다 보니 사케가 가진 새로운 가능성이란 측면에서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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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열풍에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이와 5’와 협업해 와인 풍미를 지닌 프리미엄 사케 ‘이와 5 아쌍블라주5’를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사케 매출은 전년 대비 20% 신장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사케는 유통기한이 짧아 취급하는 곳이 한정돼 있는 만큼,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며 “저도수 음용 문화가 확산되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사케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어 관련 상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화이트와인과 사케의 성장세는 관련 제품 판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와인용품 관련 상품 거래액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70% 이상 증가했다. 사케 등 전통주를 소비하는 수요가 늘면서 작은 크기의 술잔 판매량도 늘었다. 지난해 1년간 소주잔, 사케잔 등 작은 술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대표 인기 브랜드는 국내 테이블웨어 브랜드 ‘광주요’의 미 시리즈다. 잔을 부딪칠 때마다 은은한 방울 소리를 내는 이색적인 제품으로 오동나무 패키지 세트 구성은 1년간 거래액이 2배 넘게 뛰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MZ세대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익숙한 레드와인보다는 비교적 가볍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화이트와인을 소비하는 트렌드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며 “사케의 경우 최근 급속히 늘어난 일본 여행의 영향으로 관심이 늘어나면서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