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다연장 유도무기 천무. 동아닷컴DB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국방부는 190억 크로네(약 2조80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장거리 정밀화력 체계(LRPFS) 사업의 최종 사업자로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는 다연장로켓(MLRS) K-239(천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2차 침공이 시작된 2022년부터 노르웨이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일원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LRPFS 사업을 시작했다. 노르웨이는 유럽 국가들 중 발트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천무를 운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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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록히드마틴의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로켓시스템)이 로켓탄을 발사하는 장면. 뉴시스
이번 사업에서 천무의 경쟁상대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로켓시스템)와 독일·프랑스 합작 방위산업 기업 KNDS의 유로 펄스(EURO-PULS) 등이 있었다. 하지만 유로 펄스의 발사대 원산지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군사작전으로 국제적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노르웨이 국방부가 해당 기종을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마스는 미국 육군이 운용하던 M270 다연장로켓보다 발사포드가 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중형 수송기 탑재를 목표로 개발돼 신속한 재배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기동성 또한 오시코시 5t 중형전술트럭에 발사대를 얹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미국, 요르단, 아랍에미레이트, 바레인 등 총 16개국이 운용하고 있고, 우크라이나군에도 무상 지원돼 러시아군을 상대로 실전 운용되고 있다.
천무에 장착될 것으로 예상되는 탄약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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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가 이어졌다. 노르웨이 방위물자청(FMA)은 천무의 성능에 대해 “발사대, 미사일, 사격통제·지휘체계를 한 시스템 안에서 통합 공급할 수 있는 완성도, 그리고 500㎞급 장거리 탄약 운용 능력에서 다른 상용 제안들이 따라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천무 수출시 130㎜·239㎜·400㎜·600㎜ 무유도·유도·전술지대지 미사일 탄약 패키지를 제안했다. 이 중 600㎜ 전술 지대지 미사일은 우리 군이 개발하고 있는 KTSSM-II(우레-2) 단거리 탄도탄으로 추정되며 사거리가 300㎞ 이상이다. 노르웨이 측은 해당 미사일을 개량할 경우 사거리 500㎞ 이상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폴란드 수출버전(호마르-K)으로 개조된 천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천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UAE) 등 4개국에서 총 440문이 운용되고 있다. 여기에 에스토니아와 노르웨이가 도입을 확정했고, 폴란드가 추가 물량을 계약하면서 전체 운용 규모는 578문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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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르 쿠프텔(Artur Kuptel) 폴란드 군비청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폴란드 국방 전문 매체 디펜스24(Defence24)와의 인터뷰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WB그룹의 합작 미사일 공장이 폴란드 서부 루부스주 고르조프 비엘코폴스키에 설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6~2029년 준비 및 건설 과정을 거쳐 2030년부터 폴란드 내 미사일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해당 공장에서는 호마르-K에 사용되는 CGR-080 유도탄(사거리 약 80㎞)이 생산돼 폴란드 육군에 납품될 예정이다. 탄약을 현지에서 생산할 경우 배치 시기를 단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군수 지원 역량 역시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폴란드에서 생산될 예정인 K2PL CG. 현대로템 제공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은 천무 외 다른 무기체계에도 적용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2025년 폴란드와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의 자회사인 ‘부마르’ 생산 공장은 K2 전차의 폴란드 수출형인 K2PL 계약 물량 64대 가운데 61대를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무기 구매를 조건으로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연계한 방식이다.
호주 역시 현지 생산 전략을 택했다. 호주는 2021년 12월 31일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 도입을 확정한 데 이어, AS-21(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 129대 도입도 결정했다. 이들 무기체계는 모두 호주 시드니에서 남서쪽으로 약 800㎞ 떨어진 빅토리아주 질롱시 인근에 준공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H-ACE’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루마니아도 현지 생산 방식으로 한국산 무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2024년 7월 1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9 자주포 54문, K10 탄약운반장갑차 36대를 총 9억20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에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무기체계는 모두 루마니아 듬보비차주 페트레슈티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H-ACE 유럽’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아울러 ‘H-ACE 유럽’을 기반으로 루마니아 차기 보병전투장갑차(IFV) 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며, 레드백이 최종 선정될 경우 루마니아군이 운용할 전 물량을 현지에서 생산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주 공장 ‘H-ACE(Hanwha Armoured vehicle Centre of Excellence)’ 전경.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공장을 현지에 설립해 생산·납품하는 방식은 지역 일자리 창출과 생산기술 이전 효과를 통해 현지 정부와 주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생산 단가 상승 가능성과 함께 무기 체계 생산이 종료된 이후 관련 시설의 활용 방안이 과제로 남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현지 생산 과정에서 이뤄지는 기술 이전이 장기적으로 경쟁 업체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이전 문제와 관련해 “기술 이전은 수출 대상 국가의 산업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핵심 기술까지 이전하는 방식은 아니기 때문에 곧바로 경쟁자가 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생산 종료 이후 해외 공장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무기체계 성능 개량이나 창정비(오버홀)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해외 추가 수출로 국내 공장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이를 경우, 해외 공장을 활용한 분산 생산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외에도 한반도 유사시에는 해외 생산 거점을 통해 군수 물자를 확보하는 방안 역시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