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법원이 김건희 여사의 주요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잇따라 “입증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아직 재판 중인 ‘매관매직 의혹’ 관련 사건 공여자 중 한 명인 김상민 전 검사에 대해서도 핵심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면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특검이 기존 공소유지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1심 선고 7건 중 5건서 ‘혐의 입증 실패’
16일까지 김건희 특검이 수사해 재판에 넘긴 사건 중 1심 판결이 난 사건은 총 7건이다. 이 중 5건에서 일부 무죄나 공소기각이 선고됐다. 법원은 9일 김 전 검사가 김 여사에게 1억 원대 이우환 화백 그림을 건네며 2024년 총선 공천을 청탁했다는 혐의에 대해 “특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전 검사가 그림을 자비로 구매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건희 특검팀은 이 사건 주요 공소사실인 피고인(김 전 검사)이 그림을 직접 구매해 김 여사에게 제공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며 특검의 부실 수사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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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사건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왼쪽)가 지난해 7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 제막을 마친 뒤 발언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 별건수사 논란에 공소기각도 잇달아
법원이 특검의 수사권을 문제 삼아 공소를 기각한 사례도 한 달 새 3번이나 있었다. 공소기각은 검사의 수사·기소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기소 자체를 무효로 보는 조치다. 실체에 대한 판단 없이 소송을 종결하게 된다. 첫 공소기각 선고가 나온 건 지난달 22일 ‘양평고속도로 의혹’ 관련자인 김모 국토교통부 서기관의 뇌물 사건이었다. 재판부는 “(김 서기관의 뇌물 의혹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인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특혜 의혹과 합리적 관련성이 없다”며 “특검의 수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지난달 28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불법 원정 도박 증거를 인멸한 혐의에 대해서도 “특검법상 수사 대상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며 공소기각했다. 이달 들어서는 9일 이른바 ‘집사 게이트’ 관련 핵심 피고인 김예성 씨가 회삿돈 약 24억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횡령 혐의에 대해선 “특검법상 수사 대상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여야 한다”며 공소기각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특검이 애당초 별건수사 논란을 낳아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수사한 탓”이라며 “공소기각은 사실상 검사가 받을 수 있는 최악의 성적표”라고 말했다. 특검은 수사기간 6개월 동안 20명을 구속기소했는데 이 중 11명이 김 여사와 무관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 안팎에선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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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근 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