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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증샷’은 바로 여기…2030 몰리는 ‘한국의 가마쿠라’[트렌디깅]

입력 | 2026-02-15 14:00:00

인스타그램 갈무리. @s2iawwwase


최근 SNS를 중심으로 국내 여행지 하나가 빠르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동해안 항구도시 묵호다. 2030 세대 사이에서는 KTX와 ITX 열차로 묵호역까지 바로 닿는 접근성과 함께, 비교적 조용하면서도 감각적인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묵호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게시물들

 8일 묵호에서는 해안가와 골목마다, 2030 여행객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인천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커플 여행을 왔다는 20대 A·B 씨는 “SNS에 자주 보여서 궁금해졌다”며 “속초나 강릉 말고 조금 새로운 곳을 찾다가 묵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B 씨는 “당일치기나 1박 2일에 맞춰 코스를 정리해 둔 정보가 많아 일정 짜기 어렵지 않았다”며 웃었다.

● 검색량과 해시태그가 증명한 묵호 붐

구글 검색량 지수에 따르면 묵호의 검색량은 2025년 12월부터 가파르게 증가해 올해 1~2월에는 80~99%대를 유지하고 있다.구글 트렌드는 검색 빈도가 가장 높은 시점을 100으로 설정하는데, 전년도 같은 기간 20~30%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묵호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글은 약 4만8000건에 달한다.

특히 한 해안가 건널목은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팬들 사이에서 ‘한국의 가마쿠라’로 불리며 유명해졌다. 일본까지 가지 않아도 비슷한 감성을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당일,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도 20명 가까운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슬램덩크’ 건널목 사진 장소. 김수연 기자

 20대 C 씨는 SNS에서 본 이 건널목에 이끌려 묵호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사진을 보는 순간 ‘여기만 보고 돌아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건 알아보지 않고 그대로 묵호로 향했다”고 털어놨다.

● KTX 접근성에 방문객 수 ‘껑충’

교통 접근성은 묵호의 인기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인이다. 묵호역은 서울역과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KTX 열차를 이용하면 환승 없이 약 2시간 30분 안팎에 도착할 수 있다.

여기에 2025년 12월 30일, 강릉과 부산 부전을 잇는 동해선 KTX-이음이 운행을 시작하면서, 묵호는 더 이상 ‘마음먹고 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시간이 나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실제 이용객도 늘었다. 코레일 묵호역 수송 실적에 따르면 2025년 12월 묵호역 승하차 인원은 4만787명이었고, 2026년 1월에는 5만4332명으로 증가했다. 2024년 12월 약 2만 명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짧은 기간 동안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코레일 강원본부 관계자는 “묵호역을 이용하는 젊은 층 승객이 눈에 띄게 늘면서 묵호 지역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념품숍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는 여행객들. 김수연 기자

 도심 속 프랜차이즈에 익숙한 2030 여행객들에게는 로컬숍도 색다른 재미다. 아기자기한 서점과 기념품숍, 해안가를 따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카페들이 만족감을 더한다.

재래시장 옆 오래된 건물을 재구성한 청년몰 ‘싱싱스’의 기념품숍 앞에서는 20대 중반 여성 여행객 5명이 모여 인증샷을 남기고 있었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왔다는 이들 역시 “SNS를 보고 찾아왔다”고 입을 모았다.

김수연 기자

 실제 방문객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C 씨는 “어달해변 인근 카페 창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던 시간이 특히 인상 깊었다”며 “논골담길을 따라 해안가 풍경을 보고, 중간중간 소품샵을 들르며 걷는 시간 자체가 잔잔한 행복으로 남았다”고 전했다.

● 관광 수요 증가에 따른 현장 혼선


다만 갑작스럽게 몰린 관심에 비해 관광 인프라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식당과 카페는 운영 시간이 짧고, 관광객이 특정 인기 매장에 몰리면서 재료 소진이나 예고 없는 휴무가 잦다는 것이다.

20대 중반 D 씨는 “SNS에서 본 음식을 먹으려면 오전부터 움직여야 한다”며 “막상 가보면 재료 소진으로 문을 닫은 곳이 많아 아쉬웠다”고 전했다.

김수연 기자

 실제로 점심시간 무렵에는 일부 맛집 앞에 3~5m가량 줄이 늘어서고, 소품샵 앞에서도 웨이팅이 이어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매장 운영 정보가 충분히 안내되지 않는 점이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진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럼에도 새롭게 불어오는 여행 트렌드는 묵호의 매력을 키우고 있다. 가족 중심이던 여행이 친구·개인 단위로 옮겨가면서, 유명 관광지를 따라다니기보다 ‘나만 아는 소도시’를 찾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묵호가 이제 막 알려지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더 큰 끌림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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