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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 회장의 배우자와 두 딸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2023년 2월 ‘상속회복 청구 소송’을 제기했을 때 재계는 깜짝 놀랐다. 구인회 창업주가 1947년 ‘락희화학 공업사’를 세우고 럭키금성, LG로 이름이 바뀌며 성장한 76년 동안 상속, 계열 분리와 관련해 단 한 차례의 잡음조차 나오지 않은 것이 LG그룹의 자랑이었기 때문이다.
▷소송 제기 후 약 3년 만인 12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는 “구 선대 회장의 배우자 김영식 여사와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 등의 청구는 이유가 없어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구 선대 회장이 생전에 구광모 회장을 여러 차례 차기 회장으로 지목한 점,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은 따로 없지만 타계 전 ‘경영재산’을 모두 구광모 회장에게 물려준다는 ‘유지’를 재무관리팀 직원에게 메모하게 해 남긴 것도 재판부는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구광모 회장은 원래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LG의 ‘장자 승계 전통’을 잇기 위해 큰아버지의 양자로 2004년 입적했다. 구 선대 회장이 2018년 타계하며 남긴 지주회사 ㈜LG의 지분 11.28% 중 구광모 회장이 8.76%를 물려받아 총수에 올랐다. 만약 청구가 받아들여져 지분을 배우자 1.5, 자녀 각 1의 법적 상속 비율로 나눈다면 세 모녀 지분은 구광모 회장 지분을 넘어 그룹 경영권 변동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상속에 문제가 없다는 이번 판결로 LG그룹 ‘4세 경영체제’는 일단 한 고비를 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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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욱 3년간 이어진 LG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게다가 지금 LG그룹은 주력인 LG전자가 TV 등 가전 부문에서, 대표적 미래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과 피 말리는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재계에서 쉽게 찾기 힘든 전통인 인화의 정신 자산을 오래도록 지킬 수 있도록 후대가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서서 대화로 갈등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