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명(왼쪽), 김석순 씨 부부가 서울 강동구 코리아탁구체육관에서 라켓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30년 전 함께 탁구를 쳤던 부부는 서로 일 때문에 바빠 20여 년간 사실상 중단했다가 2024년 이 씨가 은퇴한 뒤 다시 라켓을 잡고 부부의 정을 쌓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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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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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서울 강동구 코리아탁구체육관. 이동명 씨(68)는 아내 김석순 씨(66)와 탁구를 쳤다. 포핸드와 백핸드를 자유자재로 주고받았다. 10분도 안 돼 이마에 땀이 맺혔다. 게임은 하지 않고 2시간 넘게 랠리를 했다. 탁구를 마치자 막 사우나에서 나온 것처럼 땀에 흠뻑 젖었다. 부부는 최근 한 달 넘게 매일 이렇게 탁구를 하고 있다. 이 씨는 “30년 전에 아내와 함께 탁구를 시작했지만 서로 바빠서 간간이 치다가 이제야 시간이 돼 매일 치고 있다”고 했다. 탁구는 부부의 평생 스포츠라고 했다.
이 씨는 탁구 고수다. 중학교 때부터 취미로 탁구를 쳤다. 1990년대 중반 문화체육관광부 탁구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따서 동호인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그즈음 김 씨도 탁구에 입문했다. 김 씨는 회사에 다녔기 때문에 주로 저녁이나 주말에 남편과 탁구를 쳤다. 그러다 이 씨가 지방에서 12시간 근무하고 교대하는 직장을 잡는 바람에 부부의 탁구는 사실상 중단됐다. 주말부부가 돼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다. 2024년 이 씨가 은퇴하면서 부부의 탁구는 다시 시작됐고, 지난해 말 김 씨까지 은퇴하면서 이젠 매일 함께 탁구로 정을 쌓고 있다.
이 씨는 최근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증을 획득해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은퇴한 뒤 다시 탁구 레슨를 하며 살고 있는데 옛 직장 동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이후 실명했다며 자기를 도와달라고 했다. 그런 자격증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친구를 돕기도 해야 하고 일도 찾아야 했기에 시작했다. 지금은 그 친구를 도우며 탁구도 치고 있다”고 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있어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 수급자에게 신체 활동 및 가사 활동, 이동 등을 도와주는 사람이다. 이 씨는 시각장애인 친구를 아침 점심 저녁에 맞춰 돕고, 오후에 짬을 내 아내와 탁구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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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주로 남편하고 탁구를 한다. 부부는 원래 살이 없는 체질이라 체중 변화는 없다. 하지만 지인들은 “몸이 탄탄해졌다”고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 탁구로 지방은 빠지고 근육은 선명해져 더 날씬해 보인다는 평가다.
이 씨는 젊을 때 권투에 빠지기도 했다. 프로 테스트를 받아 데뷔하려고 했지만, 형들이 만류하는 바람에 꿈을 이루진 못했다. 그러다 어릴 적 취미인 탁구를 다시 만난 것이다. 아마추어 탁구계에선 잘나가는 선수다. 지역에선 1∼2부, 전국에선 5부로 출전하고 있다. 지역은 물론 전국 대회 우승도 많이 했다.
이 씨의 꿈은 아내랑 함께 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는 것이다.
“아내가 수줍음이 많아 다른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를 못합니다. 저랑 치다가도 제가 다른 사람들하고 치면 집으로 가 버리죠. 솔직히 그동안은 저만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하고 게임을 했는데 이젠 아내랑 같이 하려고 합니다. 아내와 함께 다른 사람들하고 적극적으로 어울릴 겁니다. 그렇게 아내의 게임 감각을 살려 함께 대회에 출전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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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매일 새벽 함께 유연성 운동을 하며 몸을 깨운다. 이 씨는 “탁구 하나로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나이 들수록 몸이 굳어져 자주 풀어주고 있다. 그래야 탁구도 더 잘 친다”고 했다. 팔다리와 몸통 스트레칭 체조를 시작으로 폼롤러를 이용해 굳어진 근육까지 푼다. 몸이 날아갈 듯 상쾌해진다. 부부는 말했다. “사느라고 바빠 서로를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이젠 평생 함께 탁구 치며 건강하게 살 생각입니다. 인생 뭐 있나요? 건강이 가장 중요하죠.”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