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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합당 무산 수순…중립파도 정청래 ‘여론조사 제안’ 거부

입력 | 2026-02-10 04:30:00

[위기의 정청래호]
친청 최고위원 4명 찬성했지만, 중도 한병도 제동… 여론조사 불발
靑도 지선前 합당추진 사실상 반대
鄭, 특검 후보 추천 실책에 타격… 당내 “오늘 의총뒤 합당 정리 밝혀”




6·3 지방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이 사실상 보류되는 분위기다. 정청래 대표는 전날(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합당에 대한 당원 여론조사 실시를 제안했지만 반청(반정청래)계 최고위원들이 반대하는 데다 중립적인 한병도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면서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가 10일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합당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청와대에서도 사실상 지선 전 합당 논의 중단에 힘을 실으면서 합당 절차 진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박수현 수석대변인(가운데), 조승래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정 대표가 10일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합당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합당 논의가 중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스1

● 鄭 당원 여론조사 제안에 韓 제동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그래도 당원들에게 의사를 물어봐야 되지 않겠냐”며 당원 여론조사 실시를 제안했다. 당헌 당규상 합당 공식 절차인 권리당원 토론 및 투표와 별개의 당원 여론조사 실시를 제안한 것. 정 대표는 앞서 “합당의 전 과정은 당원들의 뜻에 달려 있다”며 당원 여론조사 방안을 최고위원들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반청계 강득구 이언주 황명선 최고위원은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정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합당 과반 찬성 결과를 얻어 강행할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문정복 박지원 이성윤 서삼석 등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 4명은 여론조사에 찬성했다. 이 과정에서 이언주 최고위원과 문 최고위원이 언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원내대표가 여론조사에 찬성하지 않아 의총 뒤 여론조사를 포함한 절차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쪽으로 정했다. 원내사령탑인 한 원내대표가 여론조사에 찬성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수결로 강행하기는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 대표가 그런 여론조사를 해보기 전에 우선 의총의 의견을 정확하게 듣고 그 방법을 통해서 여론조사를 하든, 당원토론을 하든 이후 절차를 결정해 보자고, 쉽게 얘기하면 한발 양보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10일이 합당 논의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전 10시 의총을 연 뒤 오후 8시경 비공개 최고위를 열기로 한 만큼 합당 논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 이날 당 지도부는 11일 오전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를 취소하고 국회에서 최고위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후 합당 공식 입장을 공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날 정 대표를 만난 한 의원은 “정 대표가 ‘의총 뒤 합당 이슈를 정리하겠다, 지선 전에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 청와대도 “합당 강행할 동력 이미 상실”

한 원내대표의 신중론을 포함해 당내 다수가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선 전 합당 추진에 대한 청와대의 불편한 기류를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합당 전격 제안에 대한 절차적 문제 제기에 더해 2차 종합특검 후보 추천 실책으로 정 대표가 리더십에 타격을 받으면서 합당 추진 반대로 힘이 쏠린 것.

청와대에서도 사실상 지선 전 합당 논의 강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 중심의 일방적 결정이 아닌 당내 다수의 논의가 모아져야 한다는 것.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합당 문제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이라며 “다수의 뜻을 중심으로 논의가 잘 정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당내 반청계 주장대로 조만간 합당 논의가 중단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정 대표가 ‘쌍방울 변호인’의 2차 종합특검 추천 등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은 격”이라며 “합당 논의가 당내 신주류와 구주류의 대결로 비치는 상황에서 강행할 동력이 이미 상실됐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정 대표가 합당 제안을 전격 발표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합당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정 대표가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 대통령이 불만을 드러낸 것이 사실”이라며 “숨죽이고 있던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까지 합당 반대 움직임에 나선 만큼 대세를 뒤집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이날도 합당 반대 목소리를 이어 갔다. 한준호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합당 논의는 최대한 빠르게, 늦어도 10일 의총 이후에는 ‘중단’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당내 중론은 이미 확인됐다. 논란을 끌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광희 의원도 “억지로 묶어 놓은 합당은 현장의 갈등만 키울 뿐”이라며 “정체성을 포기한 ‘묻지 마 합당’은 필패의 길”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출구 전략으로 합당 수임기구를 설치해 협상을 진행한 뒤 지선 후에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등의 절충안이 거론된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지난주부터 명분 있는 퇴로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의총에서 찬반 격론이 벌어져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정 대표가 최고위에서 재차 당원 여론조사 등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 상태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려면 분당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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