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오바마 부부 합성물 게시… 공화당서도 “끔찍하다” 비판 쏟아져 영상 삭제 뒤 “앞부분만 봤다” 변명 NYT “과거 노예 상인들의 관념”… 11월 중간선거 앞 非백인 표심 비상
원숭이로 합성한 오바마 부부… 트럼프, 이례적 삭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위쪽 사진 오른쪽)과 그의 부인 미셸 여사의 얼굴을 원숭이와 합성한 동영상을 5일 트루스소셜에 올려 인종차별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한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영상을 삭제했지만 “백악관 직원의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아래쪽 사진은 같은 날 워싱턴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거부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 출처 ‘X’·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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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트루스소셜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얼굴을 ‘원숭이(Monkey)’에 합성한 약 1분짜리 영상을 게시했다. 이후 집권 공화당은 물론이고 미 전역에서 심각한 수준의 인종차별적 게시물이라는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 하와이주 태생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출신이 아니라는 허위 주장도 폈다.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거의 지우지 않는 편인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이 이어지자 다음 날 이례적으로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그러나 게재 자체는 백악관 직원의 실수이고 자신은 영상의 앞부분만 봤다는 변명을 대며 사과를 거부했다.
이번 사태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렇지 않아도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2024년 미 대선 당시 그를 지지했던 비(非)백인 유권자의 표심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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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패한 2020년 미국 대선이 부정선거였음을 주장하는 인공지능(AI) 합성 영상이다. 배경 음악으로 영화 ‘라이온 킹’의 삽입곡인 ‘더 라이언 슬립스 투나이트’가 깔렸다. 이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밀림의 왕 사자로 묘사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등 트럼프 대통령과 과거 대선에서 경쟁했던 야당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사자에게 복종하는 다른 동물로 비유된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 미셸 여사의 얼굴이 원숭이 몸에 합성된 채 등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흑백 혼혈, 미셸 여사는 흑인 혈통이다. 미국에서 흑인을 원숭이, 유인원 등에 비유하는 것은 가장 심각한 인종차별 행위로 간주된다. 뉴욕타임스(NYT)는 “과거 노예 상인들의 관념”이라고 질타했다.
공화당에서도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상원의원 100명 중 유일한 흑인이며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공화당의 팀 스콧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 ‘X’에 “백악관에서 본 게시물 중 가장 인종차별적”이라며 “대통령은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비판에 동참했다. 수전 콜린스 의원은 “끔찍하다”고 했고, 로저 위커 의원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대통령은 게시물을 내리고 사과하라”고 규탄했다. 존 커티스 의원, 피트 리키츠 의원 등도 “인종차별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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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선거 타격 전망… 非백인 유권자 표심 찬물
공화당의 배럿 마슨 선거전략가는 7일 NYT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오랫동안 흑인 및 히스패닉 커뮤니티와의 관계 개선을 도모해 온 공화당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그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 내 흑인 의원들의 모임 ‘블랙코커스(CBC)’의 의장인 이베트 클라크 민주당 하원의원 또한 AP통신에 “대통령의 영상 삭제는 ‘도덕적 성찰’이 아닌 ‘정치적 편의’에 의한 것”이라며 “백악관 내에 인종차별적 분위기가 만연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NYT는 이번 사태가 비백인, 여성, 이민자에게 비하 발언을 일삼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행적과 일맥상통한다고 논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에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체포돼 죄수복을 입고 철창에 갇힌 AI 합성 영상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두 달 후에는 흑인인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가짜 콧수염을 달고 멕시코 전통 모자 ‘솜브레로’를 쓴 AI 영상을 역시 트루스소셜에 게재했다.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모두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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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