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다음으로 양자 기술이 새로운 국가 전략기술로 부상했다. AI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지닌 혁신 기술로 평가받는 양자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가 본격화됐다. 정부는 지난 1월 29일 2035년까지 세계 1위 양자 칩(퀀텀칩) 제조국 달성과 양자 기업 2000개 및 인력 1만 명 육성을 골자로 하는 ‘제1차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이하 종합계획)’과 ‘제1차 양자클러스터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월 3일 국회에서 ‘대한민국 퀀텀 도약(Quantum Leap!)을 위한 양자 포럼’이 개최됐다 / 출처=IT동아
2035년까지 양자기업 2000개, 인력 1만 명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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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과기정통부는 최신 양자컴퓨터를 도입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터와 연동한 하이브리드 인프라를 구축한다. 아이온큐는 국내에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3년간 연 500만 달러(약 72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제조(삼성전자·LG전자) ▲통신(SKT·KT) ▲금융(국민·신한) ▲방산(한화·LIG) 등 분야별 국가 대표 기업들이 참여하는 ‘양자 기술 협의체’를 통해 초기 시장 창출에 나선다.
제1차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 / 출처=과기정통부
보안과 센서 분야의 상용화도 속도를 낸다. 양자통신 분야에서 2028년까지 전국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하고, 해킹이 불가능한 양자암호 기술(QKD)을 국방·금융 분야 망에 적용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지상과 위성을 잇는 양자 통신 네트워크로 확장하고, 양자내성암호(PQC) 기술과 병행한다. 양자센서 분야에서는 빠른 산업화를 위해 의료·국방 등 분야별 유망 과제를 선정, 시제품 제작부터 상용화까지 지원한다. 예컨대, GPS 없이도 잠수함이나 항공기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無GPS 항법시스템’을 2030년까지 개발한다. 이외에 양자 센싱을 활용한 뇌·심장 의료진단, 반도체 결함 검출 등 바이오·반도체 분야에서의 산업별 활용사례를 발굴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러한 기술 개발 성과를 산업화로 연결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심은 양자클러스터 조성이다. 올해 7월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5대 분야(양자컴퓨팅, 통신, 센서, 소부장, 알고리즘) 양자클러스터를 조성한다. 기존 주력산업과 양자 기술을 융복합해 ‘양자전환(QX)’ 거점으로 삼고 글로벌 양자 허브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더불어 2035년까지 양자 스타트업 2000개 육성과 1만 명의 핵심 인재 배출을 위해 펀드 조성 및 30년 장기 기초연구 체계를 도입할 방침이다.
“민간 투자와 인재 확보가 성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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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주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 / 출처=IT동아
2월 3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퀀텀 도약(Quantum Leap!)을 위한 양자 포럼’에서는 정부와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양자 기술은 AI 시대 이후 국가 경쟁력을 결정지을 파괴적 혁신 기술”이라며, “연구실에만 머무는 기술이 되지 않도록 입법과 정책적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심주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장은 “미국·중국 등 주요국이 앞다퉈 양자 클러스터를 통해 기술 개발과 산업화를 연계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도 반도체, 바이오 등 양자와 접목이 용이한 주력 산업 거점을 중심으로 지역별 클러스터를 구축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방형 인프라를 운영하고, 민관 협력 프로젝트 연구 성과를 신속히 산업으로 연결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자 포럼에서 패널토론이 열렸다 / 출처=IT동아
현장에서는 민간 투자 확대와 인재 육성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단장은 “양자가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타 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일으킬 혁신적 부가가치에 있다”며, “반도체 공정, 제조 기술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에 이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기초 원천 기술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한국이 강점을 갖는 연계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 거점을 활성화해 산학연이 협력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IST는 지난해부터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과 ‘퀀텀플랫폼’을 구축해 활용연구 및 기초연구 거점을 육성하고 있다.
이어 김은성 KAIST 양자대학원장은 기술 패권 경쟁의 승패는 결국 혁신 인재의 확보 여부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자 기술은 원천 기술 개발자가 곧 산업의 주역이 되는 구조”라며, 글로벌 수준의 인재 육성을 촉구했다. 특히 “인재들이 뛰어놀 국내 산업 토양이 부족하면 인력 유출로 이어진다”며,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국가 양자팹 연구소와 같은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이스트는 표준연, ETRI 등과 양자대학원을 공동 운영하며, 2029년 퀀텀 융합 연구동 설립을 앞두고 있다. 또한 MIT와 학술 및 인적 교류를 포함한 포괄적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생태계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이날 토론에 참여한 양자 스타트업 오큐티(OQT)의 김동규 대표는 실질적인 산업화 방향에 대해 “기초과학에 엔지니어링이 뒤따르는 전통 방식이 아니라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는 시스템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큐티는 이와 같은 시스템 중심 관점과 실제 글로벌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형 중성 원자 기반 양자컴퓨터 기술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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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제기된 한국이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2035년 양자 경제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는 명확하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지속적인 기초·원천 기술 투자 ▲민간 참여를 이끌 정책적 유인책 ▲산학연과 지역이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클러스터 중심 선순환 구조 구축이다. AI 시대를 관통한 세계가 이제 양자 시대로 눈을 돌린 가운데, 양자 산업의 성공 여부는 곧 대한민국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