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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법인 폐업’ 해명 자충수? 횡령-배임 불씨 될수도

입력 | 2026-02-03 13:28:00

배우 김선호가 지난 1월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배우 김선호를 둘러싼 가족 법인 운영 의혹이 소속사의 ‘폐업 절차 진행’ 해명 이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쟁점의 중심이 ‘절세와 탈세의 경계’에서, 법인이 실제로 사업 실체를 갖고 있었는지 여부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논란의 출발점은 김선호가 서울 용산구 자택을 주소지로 공연 기획 목적의 1인 법인을 설립하고, 본인을 대표이사로 두는 한편 부모를 사내이사와 감사로 등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후 일각에서는 법인과 개인 소득 간 세율 차이를 활용한 구조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소속사는 “연극 제작 등 예술 활동을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이라며 “실질적인 사업 활동은 약 1년 전부터 중단됐고, 현재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탈세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의 설명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해명이 오히려 법인의 성격을 제한적으로 규정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사업 안 했다면, 지출도 없어야 정상”

공인회계사 출신 변호사인 김명규 변호사(법무법인 한경/엠케이파트너스)는 2일 자신의 SNS 스레드에서 “사업 활동이 없었다면 사업비 지출도 없어야 정상”이라며 “만약 사업이 멈춘 1년 동안 법인카드를 쓰고 부모에게 월급을 줬다면, 이는 법률적으로 법인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횡령’이나 ‘배임’의 성격으로 해석될 여지가 된다”고 밝혔다.

이는 법인의 실질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단순한 설립 목적이나 명목이 아니라, 실제 자금 흐름과 비용 지출의 성격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법인이 실질적인 사업을 하지 않았던 기간 동안 법인카드 사용이나 급여 지급이 있었다면, 해당 지출은 세법상 ‘업무무관 비용’, 이른바 ‘가지급금’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 경우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금이 대표자 개인에게 귀속된 것으로 재해석될 여지도 생긴다.

● ‘폐업’ 해명이 만드는 구조적 쟁점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폐업 절차’라는 표현이 갖는 세무적 의미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법인이 실질적인 사업체로 기능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가지급금은 단순히 ‘돈을 다시 채워 넣어라’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실질적인 사업 활동 없이 돈이 나갔다면, 국세청은 이를 대표자가 보너스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상여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상여처분이 내려질 경우, 해당 금액은 개인 소득으로 다시 귀속돼 소득세가 부과되고, 고의적 은폐나 축소 신고로 판단될 경우 가산세와 납부 지연에 따른 이자 성격의 가산금까지 더해질 수 있다.

이 구조에서는 법인의 존속 여부보다, 폐업 전후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 “간판 내린다고 기록이 사라지진 않는다”

김 변호사는 또 “간판 내린다고 국세청이 가진 자료와 기록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며 “‘일 안 해서 문 닫아요’라는 해명은 오히려 ‘조사하러 들어오세요’ 같은 초대장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세무 실무에서 이른바 ‘폐업의 역설’로 불리는 지점을 가리킨다. 법인이 폐업 단계에 들어가면, 자산·부채·계좌·카드 사용 내역·급여 지급 기록 등 자금 흐름이 한 번에 정리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비와 개인 사용의 경계가 더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폐업이 논란을 종결하는 절차라기보다, 오히려 자금 흐름을 일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배우 김선호가 화보 촬영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 쟁점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

과세당국은 법인 설립 서류나 정관상의 목적보다, 실제 사업의 흔적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김 변호사도 “진짜 연극 기획을 했는지, 부모가 진짜 일을 했는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추가 입장에서, 법인의 실질 여부를 단 하나의 요소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판례와 국세행정에서는 하나의 일률적인 기준이 아니라,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적인 판단 요소로 인적 설비(실제 근로 인력 존재 여부), 물적 설비(사무공간·장비 등 사업 인프라), 자금 관리(계좌·카드 사용의 투명성), 사업의 주체성(계약과 수익 귀속의 실질적 주체)를 꼽았다.

실무적으로는 기획서, 계약서, 미팅 기록, 이메일, 일정표, 업무 보고서, 근무 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하는지가 법인의 실체를 가르는 분기점이 된다.

이 같은 자료가 충분할 경우 법인은 독립된 사업체로 인정될 수 있다. 반대로 흔적이 부족하다면, 법인은 개인 자금을 우회하는 통로였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 1인 법인·가족 법인 구조의 문제로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특정 배우 개인의 문제를 넘어, 연예계 전반에 확산된 1인 법인·가족 법인 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 신호로 읽힌다고 분석한다. 법인이 실제 사업 조직으로 기능하지 않고 세율 차이를 활용한 소득 분산 구조에 머물 경우, 과세당국의 판단은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선호 측의 추가 소명과, 법인의 실제 운영 자료가 공개될지 여부가 이번 논란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 팩트 필터 | ‘법인 실질’ 국세청 체크 포인트
※ 탈세 판단의 출발선은 ‘세율’이 아니라 ‘실제 운영’이다.

[인적 설비]
실제 근로 인력이 존재하는가(직원·급여·4대 보험·업무 분장)

[물적 설비]
독립된 사무공간과 사업 장비가 있는가

[자금 관리]
수익과 비용이 법인 계좌를 통해 투명하게 오갔는가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업무 목적과 연결되는가

[사업 주체성]
광고주·제작사·거래처와의 계약이 개인 명의인지, 법인 명의인지

[상여처분 리스크]
실질 사업 없이 지출된 금액이 대표자 개인 소득으로 재분류될 가능성은 없는가

[폐업 효과]
폐업 시점에 자금·자산·채무·카드 사용 내역이 일괄 점검 대상이 되는가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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