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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최혜령]코스피 5,000 오가도 2800만 원 일자리 어렵다니

입력 | 2026-02-02 23:09:00

최혜령 정책사회부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700 선을 넘은 것이 불과 20일 전의 일이다. 지난달 14일 삼성전자는 ‘14만 전자’ 굳히기에 들어갔고 SK 하이닉스 주가는 74만 원을 돌파했다.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담은 기사가 쏟아졌다.

같은 날 2030 ‘쉬었음’ 청년이 지난해 70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라는 통계도 나왔다. 하지만 이 통계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쉬었음’ 인구는 학교나 직장을 다니지 않으면서 일자리도 구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이들이다. 예전엔 은퇴한 장년층에서 쉬었음 인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청년이 급증하는 추세다. 신입사원 공채보다 경력직 채용을 원하고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는 기업이 늘면서 취업 문턱에 좌절한 청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 취업난 뒤에는 “청년 눈높이가 너무 높아서 그렇다”는 지적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쉬었음 청년의 특징과 평가’ 보고서는 이를 반박한다. 쉬었음 청년이 기대하는 최저 연봉이 3100만 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사한 청년들의 눈높이는 더 낮다.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가 대학내일에 의뢰한 조사에서 쉬었음 청년들의 일자리 최소 조건은 연봉 2823만 원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기준 연봉이 2515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더라도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평균 성과급이 1억 원이라는 SK하이닉스 같은 일자리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일해 본 청년들은 더 잘 알고 있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단순하다. 반복 업무보다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반말, 갑질 없이 최소한의 존중을 받는 곳’,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을 주고 쓸데없는 야근·주말 출근이 없는 곳’을 원한다. 일하는 데 필요하다면 1주일에 3.14회 이내의 추가 근무도 가능하다고 한다. 청결한 화장실과 사내 식당, 냉난방이 되는 사무실과 휴게실이 있으면 된다. 거창한 조건이 아니다.

하지만 코스피 5,000 시대에도 청년들에게는 이 정도 일자리마저 쉽지 않은 사회가 됐다. 기업의 채용 여력을 줄이는 노동 정책과 입법 과제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하청 노동조합에 원청 기업과의 직접 교섭을 보장하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이 3월 10일로 불과 35일 앞으로 다가왔다. 법정 정년을 연장하는 입법은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지만 잠깐 시간을 벌어둔 것뿐이다.

여기에 870만 프리랜서, 특수고용·플랫폼 근로자에게 주 52시간 근무, 최저임금 등을 보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과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까지 추진되면서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과 경영 불확실성을 걱정하고 있다. “노사 합의 없이 로봇 단 1대도 들어올 수 없다”는 노조의 엄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기업은 청년 고용을 고민할 여유가 없다.

정부가 올해 공공기관 청년 정규직 채용을 2만8000명으로 늘린다지만 취업 준비에 뛰어든 청년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결국 일자리는 민간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제대로 뛸 수 있도록, 그래서 청년들이 몸담을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지도록 정부의 노동 입법에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기다.



최혜령 정책사회부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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