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4년 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설상 종목 역사상 첫 금메달을 중국에 안겨준 구아이링(23·미국명 에일린 구)이 지난달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먹튀’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날 선 반응을 보인 것이다.
4년 전 상황은 정반대였다. 베이징 올림픽을 통틀어 최고 ‘히트 상품’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귀화한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구아이링이었다. 아버지가 미국인, 어머니가 중국인인 그는 원래 미국 국가대표 선수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고 있었다. 그러다 베이징 올림픽을 약 2년여 앞둔 2019년 6월 “앞으로 중국 선수로 뛰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가슴에 오성홍기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 금 2개, 은메달 1개를 목에 걸며 ‘대륙의 체면’을 한껏 세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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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이링은 올림픽 이후 중국 내 광고시장을 평정했다. 2023년 초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22년 전 세계 여자 스포츠 스타 수입 순위에서 구아이링은 2010만 달러(약 294억 원)로 3위에 올랐다. 포브스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구아이링은 총 8740만 달러(약 1277억 원)를 벌어들였다.
중국 대표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구아이링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국적’, ‘영문 이름’, ‘아버지의 약력’ 같은 키워드가 뜬다. 중국 ‘인민’이 여전히 구아이링을 ‘우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지만 구아이링은 최근 런민일보 등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당했던 큰 부상과 올림픽 후유증을 극복한 과정 등을 부각하며 눈물을 보였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중국인들에게 다가가려는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 구아이링은 전대미문의 프리스타일 스키 3관왕(하프파이프, 슬로프스타일, 빅에어)에 도전한다. 이중 주력 종목인 하이파이프에서는 이번 시즌 월드컵 3연패를 기록 중이다. 그가 이번 올림픽을 통해 ‘대륙의 아이콘’으로 돌아올지, 미국과 중국을 모두 등진 ‘배신의 아이콘’으로 남을지 또 하나의 관심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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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