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장엄과 창의… ’展 조선왕실 그림-백성 미학 한자리 쌍룡희주도-책거리 등 27점 선봬
20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엄과 창의: 한국 민화의 변주’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쌍룡희주도’를 감상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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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은 호랑이를 악귀를 쫓는 용맹한 동물이자 권력의 상징으로 여겼다. 왕은 높은 벼슬에 오른 신하에게 호피를 하사했고, 털 한 올 한 올을 섬세히 그린 ‘호피도(虎皮圖)’도 유행했다. 도화서(圖畫署) 화원이 그렸을 법한 수준 높은 그림은 궐 밖 상류층에게 사랑받았다.
백성들의 그림에선 어땠을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으로 잘 알려진 까치호랑이 그림을 보면 호랑이의 공포와 위엄은 오간 데 없다. 백성을 상징하는 까치의 외침을 듣고 있는 모양새다. 둥글게 웅크린 몸과 솜털 같은 털은 날카로운 발톱과 대비돼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호피도’와 ‘까치호랑이’ 등 조선 왕실과 백성의 미학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획전이 14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개막했다. 과거 신분에 따라 달리 향유되면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던 전통 회화가 오늘날엔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까지 폭넓게 짚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컬처의 뿌리와 오늘날 영근 열매를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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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폭 병풍에 그려진 19세기 후반 민화 ‘어해도(魚蟹圖)’ 역시 뇌리에 깊게 남을 작품이다. 예부터 풍요와 다산을 상징한 물고기와 게, 가재 등이 민화 특유의 과장과 해학으로 각 폭에 담겼다. 저마다 짝을 짓고서 나란히 헤엄치거나 뺨을 맞대는 모습이 통통 튀는 필치와 색깔로 표현돼 웃음을 자아낸다. 최지예 갤러리현대 디렉터는 “민화는 공간을 장식할 병풍과 족자로 많이 제작됐기에, 다채로운 문양과 명랑한 색채가 쓰였다”고 했다.
신관과 두가헌 갤러리에선 ‘그림으로 길을 삼는다’라는 뜻의 전시 ‘화이도(畫以道)’가 이어진다. 동시대 작가 6명이 민화와 궁중 회화를 재해석한 작품 75점을 볼 수 있다. 다음 달 28일까지.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