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선 조금 특별한 풍경이 펼쳐졌다. 관객들이 객석이 아닌 무대 위에 앉아, 3000석 규모의 객석을 바라보며 시를 읽고 음악을 듣는 이색적인 공연 ‘리딩&리스닝 스테이지’가 열렸다.
무대 한편에는 시집들이 가지런히 놓였다. 박연준 시인의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신이인 시인의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 등 시집 27권이 올해 세종문화회관 공연 27편과 일대일로 짝지어 소개됐다. 90분간 이어진 공연 동안 존 케이지의 ‘풍경 속에서’, 키스 재럿의 ‘쾰른 콘서트’ 같은 음악이 흐르며 무대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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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재 시인도 연사로 무대에 올라 자신의 시 ‘등’과 ‘노랑’을 낭송했다. 고 시인은 “호주 시드니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할 때 이만한 대형 극장에서 청소기를 돌린 적이 있다”며 “아무도 없는 새벽, 혼자 무대에 올라섰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대라는 열렬한 행위가 끝난 뒤의 텅 빈 공간은, 그 자체로 시를 쓰는 마음과 닮아 있다”고 덧붙였다.
휴가 마지막 날 일정으로 공연장을 찾았다는 이은희 씨(52)는 “세종문화회관의 1년 주요 공연을 연초에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며 “특히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을 ‘사랑의 시인’ 고명재 시인과 연결한 구성은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